하나로통신 이사회가 LG가 제안한 5,000억원 유상증자 방안을 받아들임에 따라 통신 3강 체제가 가시권에 들었다.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내달 5일로 예정된 임시주총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LG그룹은 유ㆍ무선 통신서비스와 파워콤의 인프라, LG전자의 장비사업까지 포괄, 외형적으로는 국내 최대의 통신그룹 면모를 갖추게 된다.
통신시장 3강 체제가 구축되면 중복 설비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강화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과당경쟁이 유발될 경우 자칫 그룹간 싸움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면한 문제는 LG측에 추가적인 지원을 얼마나 하느냐이다. 유효경쟁체제를 확실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직ㆍ간접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특혜시비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G그룹은 당장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의 네트워크를 파워콤에 매각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한편, 온세통신 및 두루넷 인수시 채무조정과 같은 혜택을 부여하는 등 지원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보통신부에 요청하고 있다. 또 단말기 보조금 차등지급 등 비대칭규제를 허용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KT와 SK텔레콤은 각각 유선과 무선통신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정통부가 유ㆍ무선과 장비의 3각 편대를 형성한 LG의 요청을 상당부분 수용할 경우 지나친 특혜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정통부는 “큰 테두리 속에서 유효경쟁체제를 유지ㆍ발전시키는 것이 원칙이지 3강이니, 2강이니 하는 숫자개념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론적으로 맞는 얘기이긴 하지만 엄연히 3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책임한 말로 들릴 수도 있다.
통신시장의 유효경쟁정책은 이제 정통부 만의 일이 아니다. 정책 하나하나에 통신시장은 물론 방송시장, 나아가 재벌의 판도, 더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채무조정 문제만 하더라도 정통부 소관이 아니다.
따라서 통신 3강 정책은 보다 넓은 시각과 높은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아울러 LG그룹도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막고 자신들이 스스로 나선 만큼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일만 벌려 놓고 정부만 쳐다보아서는 안 된다.
<조영주기자 y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