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2월 HP의 CEO직을 제안받고 중병에 걸린 회사에 대해 새 전력과 조직개편이라는 카드로 포천 선정 20대 기업의 첫 여성 CEO가 됐던 칼리 피오리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스탠퍼드대 졸업과 UCLA법대 중퇴 후 직장생활 20년 만에 경영인으로서 세계 최고 자리에까지 올랐던 피오리나를 보면 시종일관 자기 인생을 개척해나간 의지의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녀도 철이 들기 전까지는 대학 조차 부모가 원하는 바 대로 진학했던 이를테면 '마마걸'이었다. 그가 인생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기는 가풍을 따르기 위해 UCLA법대에 진학한 후. 성격에 맞지 않았던 법학 공부는 결국 학교를 중퇴하게 하고 그를 비즈니스의 세계로 이끄는 모티브가 됐다. 명문대학을 졸업한 터라 첫 직장부터 탄탄대로였을 것 같지만 그의 첫 직장은 의외로 소박했다. 캘리포니아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에서 타이핑ㆍ전화받기ㆍ차 심부름 등을 맡은 비서였다. 일과 사람을 좋아했던 그는 회사의 도움으로 MBA과정을 밟으며 숨겨진 경영인의 '끼'를 발견하게 된다. 책은 퇴임 후 출간돼 HP 이사회와 겪었던 갈등 등을 폭로한 내용을 담지 않았을까 출간 전부터 세계 경제계를 들썩거리게 했다. 그러나 그는 CEO로서 겪어야 했던 외로운 결정의 순간과 여성 CEO로 겪어야 했던 역경에 대해 많은 부분 차분히 털어놓는다. 국내 발간 3주가 지난 책은 현재 2만부 정도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출판사 측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타깃 독자를 여성 직장인과 여대생으로 설정했으나, 인터넷 서점의 구매자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남자 직장인들이 주요 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수영 편집장은 "미국에서도 여성 CEO는 실적보다는 외모와 의상ㆍ패션이 먼저 거론될 정도의 남성 위주 사회라는 것을 알 수 있고 피오리나가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갔지를 배울 수 있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여대생이나 성공을 꿈꾸는 여성 직장인이라면 역경을 딛고 변화를 이끌어 낸 세계 최고 여성 CEO의 성장 스토리가 담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