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일몰 연장으로 중복 공제까지… 세제 개편안 '누더기' 전락

■ 세제개편 쟁점 합의 난항<br>부자감세 논란 소득세 감면 구간 신설싸고 여야 입장차 극명<br>고소득 전문직 세무검증제도 의사·변호사 출신 의원들이 무산<br>임투세액 공제 한시 연장에 고용창출 세액공제는 사장 위기

6일 오전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각 부처별 예산안 심의를 계속하고 있다.이 날 열릴 예정이었던 예결위 전체회의는 7일 오전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 오대근기자


지난 8월 정부는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만들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비워져가는 나라 곳간을 채우기 위해 각종 감세 법안을 재정비하는 법안들을 일제히 꺼내들었다. 하지만 정작 국회 테이블로 올라가면서 정부의 개편안은 누더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매년 정부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는 일은 많지 않지만 올해는 유독 정부안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법안은 여야의 인기영합주의가 충돌하면서 세제개편안의 개편 목적마저 유명무실해지는 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6일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6대 쟁점법안을 논의하고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와 관련한 정부안에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최대 쟁점으로 부자감세 논란을 일으킨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 시행은 여야 간 의견차가 확연하다는 것만 확인했다. 세무검증제도 도입을 비롯해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 등 각종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도 여야 간 대립으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7개 법안 가운데 국회에서 제대로 수용한 것은 2개에 불과하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았을 때 흑자재정을 펴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인기가 없다 보니 정부와 정치권 모두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향후 경기변동에 따라 국가부채가 늘어날 경우 재정건전성 악화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사실상 무용지물로=여야가 세제개편안에 제동을 걸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이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놓였다. 정부 내에서는 "이런 식의 세제개편안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회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 측에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세무검증제도를 꼽는다. 당초 정부는 연간 5억원 이상 버는 의사ㆍ변호사ㆍ학원 등에 대해 세무사 검증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세소위에서는 "다수의 선의의 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너무 과하다"는 의사와 변호사 출신 국회 의원들의 압박에 사실상 좌초됐다.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가 좌초된 것도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뿐이다. 당초 정부는 임투공제 폐지를 전제로 고용공제를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임투공제 '1년 한시적 연장'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연장되고 고용공제는 시행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정부 정책에 대한 공신력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다. 국회와의 충분한 사전논의가 없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도 누더기 세제 자초=정부 스스로 세제개편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과오도 발견됐다. 우정사업본부 증권거래세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지난해까지는 우본이 국가기관이라는 이유로 과세를 면제했다가 올 들어서 타 기관투자가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다시 세금을 매기기로 했는데 이것이 국회에서 다시 없던 일로 돼버렸다. 결국 친서민ㆍ고용친화를 내세운 정부의 세금감면 정책에 정치권의 퍼주기식 깎아주기가 결합해 국가 재정건전성은 온데간데 없어지게 됐다. 이대로라면 2011년도 국세 감면율은 당초 정부가 전망했던 14.3%를 넘어설 수밖에 없게 돼 국가재정법상 감면한도를 4년 연속 초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불요불급한 비과세ㆍ감면을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올 세제개편 기조는 사실상 무너질 상황에 처했다. ◇쟁점법안 외국인 채권 과세 등 2개만 정부안 수용=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조세소위원회를 열어 7대 쟁점법안을 논의하고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에 대해서만 정부안에 손을 들어줬다. 나머지는 무산되거나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당장 부자감세 논란을 일으킨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시행의 경우 여야가 법인세는 그대로 가기로 합의했지만 소득세는 여야 의견차가 커 법인세 시행이 유보적인 상황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려던 정부안은 여야가 1년 연장으로 가닥을 잡고 세액 공제율 범위를 협의 중이다. 정부가 추진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자칫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있다. 세무검증제도를 도입하려는 방안도 여야 반대로 무산됐고 미술계에서 논란이 됐던 고가 미술품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도 제동이 걸리면서 과세 시점이 2년 유예됐다. 정부가 국회와의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해 무산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