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카드 사태가 남긴 교훈

LG카드의 유동성 위기사태가 일단 봉합됐으나 향후 전도는 여전히 불투명한 모습이다. 정부는 현금 서비스 중단사태에 이어 부도 위기로까지 몰렸던 LG카드를 산업은행에 경영을 떠맡기는 방법으로 일 단 구출했다. 그러나 LG카드의 추가손실 규모는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원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국민부담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은행은 당장 5,674억원을 내놓고, LG카드의 최대주주로서 위탁경영에 나서야 할 뿐더러 다시 자금부족 현상을 맞으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정부는 산업은행에 대해 “LG카드 지원에 따른 임직원 면책과 손실 보전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산업은행법에도 결산 순손실금은 정부가 보상해준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정부가 LG카드에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산업은행을 통한 우회지원 방식을 택한 셈이다. LG카드 사태처리에 우여곡절이 뒤따르게 된 것은 달라진 금융 환경 탓이다. 정부가 당초 LG카드에 대해 `4개 은행 공동관리안`을 밀어붙였지만 국민은행이 끝내 거부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최대주주였던 정부가 작년말 보유지분 9.1% 전량을 매각한 뒤 외국인 지분이 74%를 넘게 돼, 사실상 외국계 은행이나 마찬가지였고, 김정태 행장은 외국인 주주를 방패 삼아 정부의 관치금융적 요구를 막아냈다. LG카드의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낙관한 정부의 판단착오와 무작정 대출에 나선 채권은행들이 LG카드 위기를 키우는데 한몫 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LG그룹의 방만한 경영에 있었다. 이번 처리과정에서 나름의 자구노력을 했다고는 하지만 책임보다는 가벼웠고 무성의 했다는 평가가 있음을 LG측은 명심해야 한다. 채권단은 LG카드를 공동 관리하며 1년 이내에 매각을 추진한다. 하지만 외국계 자본의 입찰까지 허용하며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더라도 새로운 인수자가 쉽게 나타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한 산업은행을 제외한 15개 채권금융기관이 추가부실에 대한 부담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합의한 채무 만기연장에 따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1.4분기까지 돌아올 대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유동성 문제가 한두달 사이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따라서 정부가 재벌기업의 경영실패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LG카드에 대한 책임경영과 감시체계를 강화해 정상영업이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되찾는 게 급선무다.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금융업무를 주로 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카드업과 같은 소매금융에는 문외한이라는 점에서 유능한 LG카드의 경영진 선택이 현 단계에선 가장 중요한 과제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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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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