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생보사의 현명한 선택

세상사가 모두 그러하듯 생명보험 상품도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한 시대의 대세였던 상품도 시대가 바뀌면 다른 상품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따라서 시대가 어떤 상품을 필요로 하는지와 어떤 상품이 낡은 것이 될 것인지를 경쟁사보다 한걸음 앞서서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가 사회에 도움을 주고 결국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건국 이후 60여년의 한국 생명보험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대를 대표하는 상품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0년대까지는 단체보험과 단기저축성보험이, 80년대에는 단체보험은 퇴조하고 양로보험을 위시한 저축성보험이 대세였다. 90년대에는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암보험과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판매가 증가했고 2000년 이후에는 변액보험 등 실적배당형보험과 종신보험 및 개인연금 등의 장기 상품이 대세를 이뤘다. 이 상품들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들이었다. 예를 들면 70년대와 80년대의 대세였던 단기저축성상품은 보험의 본래 목적인 피보험자의 경제적 위험의 제거, 또는 감소 효과가 적고 지연ㆍ학연ㆍ혈연을 통한 고비용 저효율의 과당 판매경쟁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의 불안정한 정치ㆍ경제 상황에서는 장기상품이 팔리기 어려웠고 중ㆍ저소득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생명보험사가 위험 감소를 수익성보다 앞세우기 어려운데다 공금리를 실세금리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는 정부의 이자율정책 때문에 판매가 곧 이익으로 연결됐으므로 과당 판매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의 생명보험사들은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불만족스럽지만 나름대로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봉급생활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과 판매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 아래에서도 보험사의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불만을 최소화하는 데 힘쓴 보험사들은 오늘날 대형 보험사로 성장했다. 반면 단기적 이익 추구를 위주로 경영한 보험사들은 퇴출됐거나 군소 보험사로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년간 대세가 될 생명보험상품은 무엇일까. 이를 판단하려면 생명보험과 관련된 경제 환경과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의 경제 성장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있고 70~80년대에 비해 정치ㆍ경제적 불안이 크게 줄었으며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됐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 환경의 변화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20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변액보험은 이제 더 이상 인기상품이 아니다. 변액보험도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상품이다. 90년대 말 IMF 구제금융 시절에 보험사들이 고금리를 약속했다가 곤경에 빠진 경험을 한 보험사와 이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여기는 보험계약자들의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상품이 변액보험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변액보험은 이자율 위험을 극복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나 조기사망과 장수 등 사망 및 생존 위험을 극복하는 데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보험사가 증권사나 투신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펀드를 관리한다는 보장이 없고 판매 비용이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더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해 평균 24만명이 사망한다고 하며 이는 하루 664명에 해당한다. 그중에 조기사망이라 할 수 있는 65세 미만이 차지하는 비율이 41%로 최근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불구하고 조기사망이 의외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또 가장 사망 이후 3개월 이내 생활고를 겪는 가족이 21.8%, 1년 이내가 85%라고 한다. 이와 함께 고통받는 독거 노인에 관한 뉴스가 많아진 현실은 장수가 반드시 행복은 아닌 세상이 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인구 측면의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위험은 생명보험사가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생명보험사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앞세워 경쟁해야 할 때가 왔다. 보험사끼리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다른 금융 업종과 적절히 분업하고 경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과거의 관치금융과 같이 금융사에 유리한 인위적 환경이 조성될 리도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얕은 꾀를 쓰지 말고 정통적인 상품으로 정공법을 펼쳐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제 한국의 생명보험사들은 보험사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대변하는 종신보험과 개인연금에 치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 보험사들의 세계화가 한걸음 진전되는 결과도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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