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0조원, 이익 29조원.’
삼성전자가 지난 74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후 30년 동안 쌓은 실적이다. ‘경이적’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단일제품 사상 최대의 기록이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 성공비결은 뭘까. 삼성 안팎에서는 우선 박사급 713명과 석사 2,190명을 포함 총 8,000여명에 달하는 연구인력을 기반으로 한 우수한 인재의 확보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사업이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보여 준 결단력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대표적 자본집약형 사업으로 최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사업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의사결정을 빨리 하느냐 하는 ‘경영자의 결단력’과 개발기간을 어떻게 단축하느냐 하는 ‘시간싸움’에서 모두 승리해야 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 83년 기흥사업장을 건설할 때 ‘반도체 사업부장’ 역할을 자청하면서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를 통해 통상 1년6개월 걸리는 공사기간을 6개월로 줄였고 이는 제품생산을 2년이나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삼성 관계자는 “당시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5인치 웨이퍼를 사용했으나, 삼성은 이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시험생산을 통해 테스트 중이었던 6인체 웨이퍼를 2라인 공정에 적용했다”며 “며 “이 같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져 생산성을 1.4배나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과감히 투자해 후발업체의 취약점을 극복하는 전략을 쓴 것도 주효 했다. 일본 기업들이 87년 불황을 맞아 설비투자를 축소할 때 삼성은 오히려 신규라인을 건설함으로써 88년 호황기 때 누적적자를 모두 해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90~01년의 경기 침체기에도 계속 투자를 진행, 세계 최대의 생산능력 확보와 함께 D램 1위로 부상했다.
엄격한 품질관리도 반도체 사업 성공의 숨은 비결이다. 반도체 라인은 연중무휴로 24시간 풀 가동된다. 512D램 라인 하나가 멈추면 월 1조원의 손실을 끼치기 때문에 직원들은 밤낮없이 일해야 만 했다. 여기에 원가절감과 품질혁신을 위한 엄격한 사업장 관리까지 가세해 세계 최고수준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성과를 올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