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버린 투자’ 의혹 투성이

SK㈜ 1대주주로 부상한 소버린의 투자행위가 너무 정교하고 치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분확보 속도가 상상이상으로 빠른 것도 놀랍지만 우리 법체계의 빈 틈을 정확히 짚어 공략하는 것이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한다. ◇투자결정 보름만에?= 소버린이 크레스트시큐러티스 명의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3월26일이고 14.99%의 지분 확보를 완료한 시점은 4월8일(지분 변동 신고 4월10일)까지다. 거래일수 기준으로 불과 12일만에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모두 거둬들인 것이다. 반면 SK그룹의 지배구조에 틈새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은 검찰이 SK그룹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했던 지난 2월17일이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지게 된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밝혀진 시점은 이보다 한달가량 늦은 3월11일이었다. 소버린은 결과적으로 길어야 한달 보름, 짧으면 보름만에 SK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말이 된다. SK㈜ 지분을 확보하는데 들어간 1,379억원(신고금액)의 투자결정을 내리기엔 자료나 정보를 확보할 충분한 시간으로 보기 힘들다. ◇한국의 법을 너무 잘 안다=그 짧은 기간동안 한국의 법 체계를 파악하고 적절한 포인트를 찾아냈다는 점도 의문이다. 특히 SK그룹 전체에 대한 각종 법적인 문제를 너무 완벽하게 꿰뚫었다는 점에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소버린은 정확하게 14.99%의 지분만 매입한 채 더 이상의 투자행위를 중단했다. 소버린으로선 SK㈜를 외국인투자회사로 전환시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권을 쥐게 됐다. 쉽게 말해서 SK㈜를 통한 그룹 지배구조를 소버린이 결정지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의도적인 실수=지분 매입에 따른 공시 번복도 의문 투성이다. 소버린은 당초 지난 4월 10일 SK㈜에 대한 지분매입 규모를 12.39%라고 공시하면서 크레스트시큐러티스의 자본금은 1,903억원, 지분매입 대금은 1,721억원이라고 밝혔다. 소버린은 하지만 다음날 곧 바로 자본금은 198억원, 매수대금은 1,379억원이라고 정정했다. SK㈜ 지분을 14.99% 확보했다고 공시한 날은 이보다 3일 후인 지난 14일이었다. 반면 증권전산망에서 드러난 외국인 지분변동 내역에는 소버린이 SK㈜ 지분매입을 끝낸 시점이 공시 일주일 전인 지난 8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버린은 12.39%지분 확보 공시를 냈던 지난 10일에 이미 14.99%의 지분을 모두 매입해 놓고 이를 두번에 걸쳐 지분변동을 신고한 것이다. 공시를 나누면서 확보한 일주일 가량의 기간은 국내 정서를 파악하고, SK의 반응을 떠보는 기간으로 활용한 셈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전기통신사업법,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한국의 법을 너무 잘 알고, SK그룹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누군가가 도움을 주지 않는 한 소버린의 모든 행위를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형기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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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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