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바뀌려고 발버둥칠수록 삶은 뒷걸음질…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 이지민 지음, 문학동네펴냄<br>성형수술 여성·원조교제 소녀등 '변신' 노력 그려


누구나 일이 풀리지 않으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게 마련이다. 단지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만. 소설가 이지민의 새 단편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의 등장 인물들도 모두 힘겨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변신을 해 보지만 임시방편일 뿐 삶은 더 힘들어질 뿐이다. 자신의 장점이 미모에 있다는 것을 알고 세상의 관심을 끌고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택한 ‘나’,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것 같은 남자와의 달콤한 사랑을 꿈꾸지만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남자를 그저 매일 집까지 바래다만 주는 선숙, 이전 직장 동료들과 창업을 위해 함께 퇴직했지만 ‘회사를 망하게 하는 장본인이 될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을 들은 직장 동료들의 배신으로 친구와 카페를 차리고 결국 망하고 마는 인옥,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과의 원조교제로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롤리타 소녀’ 등 주인공들은 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상황을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모습을 바꿀수록 삶은 더욱 더 뒷걸음질을 치고 만다. 자신이 터부시 했던 세속적인 현실의 모습을 닮아가거나 아예 투명인간처럼 희미해져 버린다. 신기한 것은 주인공들이 그런 자신의 모습에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형수술을 한 여자들을 비아냥거리는 세상에 대 놓고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 동안 내가 겪었던 상처와 실수들을 돌이켜보면 단지 나의 몸만 변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육체가 변화의 고통을 겪는 동안 나의 영혼도 무언가에 의해 단련되는 느낌입니다. 아픔과 고통을 이겨낸 나 자신을 영원히 사랑하며 아껴주고 싶습니다.” 이들은 되래 고통과 위험을 이겨낸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끝까지 희망의 끊을 놓지 않고 또 다른 꿈을 꾼다. 주인공들에게 변신은 현재의 고통에서 자신의 삶을 구하는 하나의 방식인 셈이다.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인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수 있겠니’에서 일제 식민지 시대 남녀의 실존을 권태와 우수로 포착해 우스꽝스럽게 묘사했던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을 통해 현대인의 무기력함과 허무함을 특유의 재치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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