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잘 걷힌다내년 균형재정 '파란불' 경기회복세 본격 반영
세수호조는 우선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기가 좋아지면 세금징수도 자연스레 늘어나겠지만 하반기에 가서야 징세실적 증가세의 확인이 가능하다는 게 당초 전망이었다. 우리 경제의 회복이 그만큼 빨랐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각종 감세조치로 세수가 줄어들고 정부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당초의 우려와 달리 재정에 다소나마 여유가 생겼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2003년 균형재정'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부는 내년 재정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 4월 분기점, 세수호조로 반전
세수를 파악하는 기준에는 두가지가 있다. 징세액의 전년동기 대비와 진도율 비교가 그것. 4월 한달의 실적만 가지고 올들어 3월까지 부진하던 세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확언할 수 있는 근거는 두가지 기준을 한꺼번에 충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3월 말까지 전년동기 대비 2.88% 감소에 머물렀던 징세액이 4월 말에는 2.1% 증가로 돌아섰다. 물론 4월의 진도율이 35.7%로 전년동월의 37.8%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2001년 실적에는 2000년 12월 말이 휴일이어서 2001년 국세로 잡힌 전년 이월분이 5조원에 이른다는 점 때문.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때문에 진도율을 비교할 때는 전년동기가 아니라 직전 5개년간 진도율 중에서 최고치와 최저치를 기록한 해를 뺀 3년간 통계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기준으로도 4월 실적은 예년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재경부는 지난해 4ㆍ4분기 이후 경기회복 국면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ㆍ4분기부터는 세수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더욱 좋아진다
세수호조로 일단 재정에 여유가 생겼다. 더욱이 한국은행 잉여금 중 세외수입으로 잡힌 1조9,000억원, KT매각 초과수입 1조3,445억원 등 3조2,445억원의 뜻하지 않은 수입이 발생한 상태다. 국세에서 3조원이 덜 걷혀도 재정에는 무리가 없다. KT매각 초과수입은 아직 세수에 집계되지도 않은 '뜻밖의 횡재'다.
특히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 될수록 세수는 늘어나게 돼 있다. 기획예산처는 올해 세입예산을 짤 때 경상성장률(성장률+물가상승률) 8.0%를 전제로 했지만 성장률 전망치의 상향 조정에 따라 경상성장률도 9%로 높아질 것으로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최소한 1조원의 세수증가 효과가 발생한다.
▶ 내년 재정도 여유, 균형재정도 청신호
예산처가 시안으로 책정한 오는 2003년 재정규모는 117조7,000억원. 경상성장률 8.5%에 세수호조 1조3,000억원을 가정하고 2001년 세계잉여금 2조4,000억원 중 이월금 1조7,000억원을 감안해 산출된 금액이다.
예산처는 이 같은 재정규모를 짜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세외수입으로 잡았던 5조4,000억원의 공기업 민영화 수익이 없어지고 각종 세율인하로 세입 전체의 감소가 예상됐지만 세수호조로 우려가 기우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균형재정 달성 가능성도 한결 높아졌다. 내년 재정규모 증가분을 제외하고도 올해보다 5조원 이상은 더 걷어야 균형재정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정부가 약속한 2003년 균형재정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경제수장 격인 진념 전 부총리가 지난해 11월 "균형재정 목표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도 올해 총국세는 공기업 민영화 초과수익, 한은 잉여금 전입, 경기호전 등을 감안할 때 목표인 103조6,000억원보다 4조~5조원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세수 초과징수를 감안하지 않고도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ㆍ감면 축소, 과표 양성화 등을 통해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던 정부의 입장에서는 목표달성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 셈이다.
재정 건전화는 무디스사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 균형재정 목표가 달성되면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 복병은 있다
미국경제가 과연 기대만큼 되살아날지가 최대 관건이다.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도 불안요인.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지 못한다면 세수호조 역시 경기와 맥을 같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효자 노릇을 한 공기업 민영화가 차질을 빚을 경우 전체 세입의 감소도 불가피하다. 일부 은행의 해외DR 발행 연기 등도 악재다.
정부는 이 같은 불안요인을 의식해 세수증가라는 호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확인작업을 거듭하고 있다.
권홍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