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부동산 경기 침체 대비를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요즘 적절한 옷을 맞춰 입고 나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더운 듯해서 짧은 소매를 입고 나오면 춥고 긴팔 옷을 입고 나오면 후텁지근하니 말이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건 날씨뿐이 아니다. 날씨만큼 최근 부동산 경기도 종잡을 수 없다. 초강력 정책이라던 10ㆍ29대책, 주택거래신고제의 시행으로 금새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는가 하면 약간의 호재에도 다시금 반등해 하락폭을 만회해놓고는 한다. 단기효과 집착해선 안돼 반면 주택 등 건축물 공급시장은 무척이나 썰렁하다. 건축허가와 주택건설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 신규 분양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계약률이 낮아지고 미분양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청약자가 몰리는 경우도 있으나 전체 분양시장을 놓고 보면 아주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리하여 지난해 3%대까지 예견했던 건설투자전망은 올해 들어 속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얼마 전 한 국책연구기관은 건설투자를 1%대까지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부에서는 다시 건설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 꿈적도 하지 않는 주택가격 때문에 이러한 의견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날씨가 변덕스러워도 계절의 변화를 막을 수 없듯이 아직 가격 하락은 본격화되지 않고 있으나 이미 부동산 경기는 호황기를 벗어나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즉, 경기침체가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나 각종 여론은 여전히 ‘강력한’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여론에만 귀 기울이면 안된다. 각종 지표가 예고하고 있는 머지않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론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정부정책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여론은 그 무엇보다도 지금의 시장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잣대다. 그래서 여론을 정부정책에 반영하기도 하고 또 정부정책을 다시 여론을 통해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론은 정책의 한 요소이지 전부는 아니다. 여론 반영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론에는 총괄적인 안목과 미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부동산시장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일반 시민들은 부동산 문제를 빈부격차와 재분배, 개인의 재테크와 자산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미래보다는 현실에 더 큰 비중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을 경제의 한 부분으로, 산업의 한 부분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부동산시장과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의 정책 반영은 완전할 수가 없다. 또 ‘약’을 투여하고 효과를 기다려야 하듯이 정부정책이 단기에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을 통해 정책을 평가하는 일도 완전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정책은 여론이나 정부의 생각만으로는 시행할 수 없으며 둘의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 정책 적절한 조화ㆍ균형 필요 아직도 부동산시장에는 지난해 10ㆍ29대책 중 시행에 들어가지 않는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이 몇 개 더 대기 중이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와 공공택지공급제도 개선 및 분양원가공개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시장에 나올 때 쯤 부동산 경기가 어떨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강력한 정책추진은 정책의 일관성과 여론 반영이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지만 다가올 부동산 경기침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책임은 피해갈 수 없다. 그동안 여론으로 시장의 상황을 파악했다면 이제 정부가 정책의 기능을 발휘할 때다. 단기적인 정책효과에 집착하지 말고 안개에 가린 부동산 경기침체를 조심스럽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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