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흘러간 노래와 낭만의 여울목, 미사리 카페촌



[리빙 앤 조이] 흘러간 노래와 낭만의 여울목, 미사리 카페촌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관련기사 • 미사리에 있는 맛집들 • 7080'은 백일몽인가 다시 풀처럼 일어나라 • 박강성, 생계수단 시작해 '미사리 서태지'로 • 직접 만든 맥주안주 특별한 맛…재미는 덤 • "효과는 강력하게 향기는 부드럽게" • 뿌리고, 태우고… 모기접근 원천봉쇄 • 유쾌한 해적이 또 찾아왔다 • 부천판타스틱영화제 13일 개막 누구는 7080 문화의 메카라고 하고, 누구는 가수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진짜배기’ 가수의 언플러그드 무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하고, 다른 어떤 이들은 한물 간 가수들이 나오는 비정규 무대일 뿐이라고 폄하한다. 미사리. 올림픽대로가 끝나고 하남시 방면으로 이어지는 이 강변 마을은 여러 가지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브 카페촌인 것만은 분명하다. 주말 밤이면 도로가 꽉 막힐 정도로 인파가 몰려드는 서울 교외의 대표적인 관광 타운이다. 미사리에 처음 라이브 카페가 생긴 것은 지난 98년. 당시에는 2곳에 불과했다. 8년이 지난 현재의 미사리는 서울 사람만 찾는 곳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사람이 몰려들 뿐만 아니라 해외 교포들도 꼭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됐다. 일본인 관광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거의 미사리는 30~40대 이상 기성세대를 위한 곳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미사리는 20대들도 찾아온다. 이런 추세 때문에 몇몇 업소들은 래퍼들과 댄서들을 출연시켜 젊은 층을 위한 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미사리에 있는 것이 카페와 음식점이라면, 없는 것은 술집과 숙박업소다. 그래서 가족 단위로 미사리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최근의 추세다. 도심에는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있는 모텔과 술집이 없는 서울 근교의 나들이 장소라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사리가 늘 조용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주로 옛 가수들이 출연하고 30~40대 성인층이 찾는 곳이라 경쟁이 덜할 것이란 생각도 착각이다. 미사리에서는 수많은 업소들이 뛰어들었다가 실패해 나가기도 하고 왕년의 이름 값 만 믿고 들어온 유명 가수들이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물러나기도 한다. 현재 미사리의 유명 업소로 알려진 카페들과 출연료 많이 받는 가수들은 치열한 경쟁 끝에 살아남은 베테랑들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곳, 30대 이상 성인 뿐만 아니라 가족을 대상으로 한 대중 문화 공간.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카페촌에서 어엿한 관광지로 변모한 미사리를 찾아가봤다. 서비스는 기본 가수가 영업좌우 명성만 믿고 뛰어든 가수 줄줄이 퇴출 프라임 타임 커피값 공연 포함 2만원··· 업소마다 손님연령대 맞춰 가수 출연 현재 미사리 카페촌에 있는 라이브 카페는 약 50여 개. 7080문화의 최절정기였던 지난 2002~2003년에는 70개가 넘었었다. 가수들도 한 때는 대단한 스타들이 출연했었다. 그러나 현재 미사리에 제대로 터를 잡고 고액 출연료를 받고 있는 가수들은 많지 않다. 그렇게 많은 가수들이 미사리에 발을 들였고, 현재도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카페 업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여전히 좋은 가수를 섭외하는 문제다. 미사리 카페가 성공하려면 노래, 음식, 서비스의 3박자가 맞아 돌아가야 한다는 게 업주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3박자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노래인데, 이는 미사리에서 손님을 모으는 원동력이 바로 가수이기 때문이다. ■가수가 영업을 좌우하는 곳 현재 미사리에서 최고 출연료를 받는 가수는 인순이다. 정확한 출연료는 어디서나 '비밀'로 취급되지만, 30회 출연을 기준으로 수천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자 가수 중 미사리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는 박강성이다. 잘 모르는 사람은 박강성을 그저 흘러간 옛가수 쯤으로 생각하지만 그의 별명은 '미사리 서태지'다. 미사리에 라이브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전국을 무대로 삼는 가수로 올라섰고 최근 음반을 발표하면서 다시 메이저 무대에 복귀했다. 이밖에 심수봉 박미경 조관우 최성수 강수지 조덕배 등은 미사리에 진출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꽤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직접 이름을 거론하기는 적절치 않지만, 미사리에는 한때 이름만으로도 세상을 뒤흔들었던 대형 가수들이 발을 들였다가 처참한 실패를 맛보고 떠나곤 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미사리는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는 가수는 그대로 퇴출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어떤 가수든 돈을 벌기 위해 미사리에 뛰어든다. '가수의 무덤'으로 향한다는 항간의 곱지 않은 눈초리를 등에 업고 미사리에서 마이크를 잡는 이유는 생계와 돈벌이다. 이름값이 높은 가수들은 처음에 들어올 때는 옛 영광 덕을 많이 보지만, 이는 잠시일 뿐. 미사리 무대 자체를 깔보고 성의 없이 노래하는 가수일수록 '아웃'(Out)이 빨랐던 게 미사리가 증언하는 역사다. 대형 가수 출신으로 미사리에서 꽤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한 가수는 "아무리 왕년의 이름값이 있다고 해도 유지ㆍ관리가 안되면 곧바로 퇴출 당하는 게 미사리 무대"라며 "나도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았으면 이곳이 나의 무덤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베테랑 가수들은 출연 업소를 결정할 때 음식과 서비스 수준까지 따진다. 가수의 입장에서도 업소를 자주 옮기는 것은 좋을 게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잘 될 업소를 선택하려는 의도다. 또 다른 미사리 가수는 인식의 문제를 얘기했다. "7080이랍시고 왕년의 추억 팔기에 그친다면 오래 가겠는가. 미사리도 팬들을 만나는 곳이다. 무대를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팬들에게 성의를 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20대가 미사리를 찾아오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무슨 이유에선지 20대 여성들이 미사리를 찾기 시작하자 눈치 빠른 업소들이 래퍼들과 댄스가수를 출연시키기 시작했다. 2004년 정규 앨범을 내고 메이저에 데뷔한 춘자는 미사리에서 춤과 노래를 겸비한 유명 여가수였다. 박강성은 20대들이 미사리를 찾는 이유에 대해 "젊은이들도 진짜배기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방송과 엔터테인먼트 자본에 의해 정형화 된 음악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진짜 음악을 접하려는 젊은이들이 미사리를 찾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세 가지 메뉴판 미사리에는 "밥은 네가 샀으니, 차는 내가 사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마라"는 우스개 식 격언이 있다. 가수가 출연하는 시간대에 라이브 카페에서 차를 마실 경우 식사값보다 찻값이 더 많이 나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미사리 라이브 카페는 메뉴판이 세 종류다. 낮 시간, 가수가 나오는 시간, 대표급 가수가 나오는 시간대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매긴 세 종류의 메뉴판을 놓고 장사를 한다. 업소의 대표급 가수가 나오는 시간은 어떤 업소나 오후 10시. 미사리에서는 프라임 타임은 10시로 고정돼 있다. 이 시간대에는 커피 한 잔 값으로 2만 원 정도를 받는데 이는 단순한 찻값이 아니라 노래값이 포함된 금액이다. 손님들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저항은 없는 편이다. 미사리에 있는 50여 개 라이브 카페 중 대표급 유명 업소로 자리를 굳힌 곳은 약 5~6개 정도. 방송인 이종환이 고문으로 있는 '쉘부르'를 비롯해 '벤허' '아테네' '로마' '러브레터' 및 윤시내의 히트곡 이름을 딴 '열애'가 유명하다. 재미있는 것은 각 업소마다 타겟으로 삼는 연령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로마와 아테네는 박미경, 유리상자,강수지 등을 내세워 20~30대 컨셉으로 가고 있는 데 비해 쉘부르는 박강성 등 정통 통기타 가수를 출연시켜 30~40대를 공략하고 있다. 벤허는 쉘부르보다 약간 더 나이든 층이 찾는 분위기다. 심수봉을 필두로 한 변진섭 조관우 등의 출연진은 40~50대 손님이 특히 좋아한다. 열애는 남진, 윤시내, 임희숙 등을 내세워 정통 올드팬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사리 라이브 카페도 망하는 경우가 꽤 있다. 처음에 라이브 카페로 시작했다가 음식점이나 가구점 등으로 업종 변경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개업에 필요한 비용은 최소한 10억원 선으로 꽤 많이 드는 편인데 주차장을 포함해 100평 이상의 대지에 60평 정도의 건평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사리의 한 라이브 카페 업주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라이브 카페의 사업 구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뛰어들면 값비싼 수업료만 내고 망하기 쉬운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초보 사업가의 경우 일단 가수 섭외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곧 매출 저하로 이어져 오래 버티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업주는 "주인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며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출연료) 비싼 가수를 내려버리면 바로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브 카페에서는 술도 팔고 식사와 차도 팔지만 매출은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는다. 손님들이 노래에 집중하느라 술도 식사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흡입력이 덜한 가수를 기용할 경우에는 손님이 아예 들지 않아 결국은 좋은 가수를 섭외할 수 밖에 없는 게 업주들의 고민이다. 미사리 카페는 1시간 단위로 돌아간다. 30분 동안 가수가 노래하고 나머지 30분은 음식과 술을 즐기는 시간을 반복하는 패턴이다. 종업원들은 보통 가수가 출연하는 30분 동안은 서빙을 자제하고 나머지 30분에 집중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입력시간 : 2006/07/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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