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5월 31일] 비정규직 고용 악화시킨 비정규직보호법

통계청이 내놓은 근로형태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사정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간제 근로자 2년 계속 고용시 정규직 의무전환 등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보호법은 말 그대로 정규직에 비해 고용안정ㆍ임금ㆍ복지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법의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비정규직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부작용은 시행 이전부터 예견됐던 것이기도 한데 이제 현실로 나타난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는 563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감소한 데 비해 정규직은 1,035만6,000명으로 4% 늘었다. 외형적 숫자만 놓고 보면 비정규직법이 효과를 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줄어든 비정규직의 대부분은 ‘정규직 전환’ 규정이 적용되는 기간제근로자였다. 반면 이 규정과 관계가 덜 밀접한 파트타임ㆍ용역ㆍ일일근로자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근로자는 늘었다. 또 비정규직 중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임금ㆍ퇴직금 등에서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 상용근로자는 줄었고 계약기간 1년 미만인 임시직은 크게 늘었다. 평균 임금도 정규직은 6.0% 늘어난 데 비해 비정규직은 0.1% 줄었다. 결국 처우가 좋지 않은 일자리가 늘어났을 뿐이며 근로계약 기간도 단기화해 고용안정성마저 떨어진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감소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기피한 탓도 있지만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정규직 전환 등에서 오는 인건비 추가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오는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근로자 100~299명의 사업체까지 확대되면 비정규직 고용사정은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기업의 정규직 전환 등에 따른 부담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일용직 선호, 계약기간 단기화 현상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 유연성을 위해 정규직 전환 의무화 기간 확대 등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규직의 임금인상 요구 자제 등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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