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제 원자재값 폭등세] 원가부담 ‘침체內需’에 엎친데 덮쳐

내수 경기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내수중심 기업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장기 침체의 끝이 아직 불투명한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 수요, 미국 및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 등과 맞물려 구조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 자칫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수출도 수출이지만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 불안을 압박하는 요소로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원자재값 폭등 추세가 적어도 올 2ㆍ4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물가상승 압박도 앞으로 최장 5~6개월가량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고가 행진 거듭= 주요 원자재 가격의 상승 곡선은 거의 수직에 가깝다. 현재 농산물ㆍ광산품ㆍ유기ㆍ무기원료ㆍ유화원료ㆍ철강재ㆍ비철금속 등의 수입 가격은 지난 4월에 비해 평균 20% 이상 올랐다. 특히 니켈의 경우 지난 2002년 말 톤당 6,771달러에서 지난 6일 현재 1만7,772달러로 3배 가량 올랐고, 유연탄도 지난해 초 1.78달러에서 9달러 수준으로 급등했다. 게다가 산업 파급 효과가 가장 큰 유가마저 상승하기 시작했다.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6일 현재 전날보다 0.92달러 오른 29.04달러를 기록, 지난해 12월19일 이후 처음으로 29달러선에 올라섰다. 금도 최근 온스당 410달러 선을 맴돌면서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원자재값 폭등 추세는 당분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이 기대되는데다 미국 달러화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원자재로 옮기는 모습이다. 일부에선 원자재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으로 물량확보 경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채산성 악화ㆍ내수 침체 우려= 포스코ㆍ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는 올들어 일반용 후판ㆍ특수강 등 제품 가격을 잇달아 인상했다. 하지만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해외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2∼3차례 올렸지만 국내업체는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기 때문에 채산성이 그만큼 떨어진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유탄`을 맞은 조선업계는 선박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고민 중이다. 주택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섬유업체 관계자도 “주요 원료인 텔레프탈산(TPA)ㆍ에틸렌그리콜(EG) 등 원료 가격이 일년만에 60~80%나 올랐다”며 “제품 구매처인 직물제조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식품업계의 경우 지난해 가을 이후 식용유ㆍ라면 가격을 소폭 인상했으나 대두ㆍ원맥 등 주요 원재료의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원ㆍ부재자가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 가량”이라며 “소비자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물가상승으로 내수 침체마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도 걸림돌=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시중 물가도 덩달아 들먹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0.7%로 지난해 3월의 1.0% 이후 최대 폭을 나타냈다. 조만간 소비자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이 감소, 내수부진의 골은 더 깊어진다. 김극수 무역협회 동향분석팀장은 “최근 기름값 인상, 상ㆍ하수도 요금 인상 예고 등으로 물가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그러나 업체들로서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을 그만큼 따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욱기자, 조영주기자 choihuk@sed.co.kr>

관련기사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