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석유시장 헤게모니 사우디 다시 '장악'

압둘라 국왕 증산 단행에 이란·이라크도 잇단 동참<br>유가 한달새 24%이상 뚝



세계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석유시장의 헤게모니를 다시 장악했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국제유가가 치솟을 때 원유를 증산할 여력이 없다며 미국ㆍ유럽등 서방의 요구를 거절해왔다. 하지만 사우디는 지난 6월 중순 압둘라 국왕의 요청으로 산유국ㆍ수요국이 참가한 제다 회의를 계기로 증산을 단행해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사우디가 선도적으로 증산에 나서자, 그동안 증산에 반대해온 이란은 물론 친미 정권이 들어선 이라크도 증산에 동참하는 추세다. 13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7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48년 역사상 최대 규모로 석유 생산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는 지난7월 하루 생산량이 10만 배럴을 더해 955만배럴로 늘렸다. 이란도 증산에 동참해 13개국 OPEC 회원국들의 7월 하루 생산량은 3,280만배럴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 4월의 하루생산량에 비해 100만 배럴이 늘어난 것이며, OPEC이 제시한 2005년~2010년 평균 전망치인 3,000만~3,100만배럴을 훌쩍 넘겼다. OPEC의 원유 증산은 즉각 가격에 영향을 미쳐 국제유가는 한달사이 24% 급락했다. 12일 뉴욕시장에서 서브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 4월이후 최저치인 배럴당 113.01달러에 마감했다. 몇 년전에는 국제석유시장에서 100만 배럴이 추가공급되면 선물시장의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가량 떨어졌다. 미국ㆍ유럽등 선진국의 석유수요량이 주는 가운데 OPEC이 증산을 단행하면서 투기자금이 대거 상품시장에서 이탈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세로 돌변한 것이다. OPEC의 증산 배경에는 압둘라 사우디 국왕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고, 사우디의 석유시장 패권이 재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올초 미국ㆍ멕시코ㆍ영국의 유전이 고갈과 낙후 문제에 부딪히면서 유가가 상승곡선을 타자 석유소비국들은 OPEC에 증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OPEC은 들은체 만체 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에 가 압둘라 국왕을 대면해 증산 요구를 피력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제다 석유회담에서 압둘라 국왕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 하루 생산량을 30만배럴 늘리겠다고 밝혀 입장을 선회했다. 사우디는 기존 약속한 규모보다 적은 10만배럴을 증산하는데 그쳤지만 사우디를 선두로 한 OPEC의 행동이 유가하락에 일조한 사실은 분명하다. 세계 원유시장에 대한 사우디의 영향력이 작용하면서 전문가들은 기름을 무기로 전 세계를 움직인 중동 석유패권을 부활시켰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가가 한풀 꺾였지만, OPEC의 향후 증산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렸다. 오는 9월 9일 비엔나로 예정된 OPEC 총회에서 사우디의 심중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EA는 "시장변화를 단번에 파악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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