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에 외계인 같은 감독이 등장했다. 단편 `2001이매진`으로 충무로를 흥분시켰던 장준환감독이 데뷔작으로 발칙한 제목의 `지구를 지켜라`를 들고 4월4일 관객들 앞에 선다. 영화는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장감독은 “이 영화는 외계인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외계인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빌려 지구 얘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영화는 디카프리오가 지구 여인들을 홀리기 위해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한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즐거움과 더불어 생각할 수 있는 뭔가를 던져 줄 수 있다면 더 없이 기쁘겠다”고 말했다.
영화는 코미디에 멜로, SF, 액션, 스릴러 그리고 가슴 찡한 체루성까지, 다양한 장르가 비틀어져 섞여있고 형식미나 `외계인 침공`이라는 소재의 독특함, 신하균, 백윤식 등 주연배우의 열연, `길`, `블레이드 러너`, `양들의 침묵`, `미저리` 등 여러 영화들의 패러디와 오마주가 뒤섞여 있는 풍성함, 후반부 허를 찌르는 반전 등으로 매력을 준다. 조폭이나 섹스를 소재로 가벼움만을 추구하는 한국영화계 특별한 영화로 자리매김할 듯 하다.
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감독이 보여주는 사소한 유머에 있다. “똥냄새로 결국 범인을 잡으셨다는 추형사님이시군요”, “저, 혹시 고향이 안드로메다 아니십니까?”,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지구가 위험한 거야” 등의 대사나 `인형 머리빗기기`, `인형 옷 다리기` 등 여주인공의 소소한 취미, 가래 뱉는 소리처럼 들리는 외계인 언어 등 영화 속 유머들은 그다지 고상하지 못하지만 충분히 유쾌하다.
외계인을 소재로 한 환타지에, 평범한 청년이 지구를 지킨다는 동화적 요소, 진지한 웃음을 통해 세상을 꼬집는 풍자와 극적 아이러니가 어우러져 있어 오랜만에 만나는 즐거운 영화다.
강원도 한 탄광촌에서 마네킹 만드는 일을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는 병구(신하균)는 어릴 적 아버지의 자살, 학창시절 친구들로부터 따돌림당하던 일, 여자친구의 죽음, 갑자기 쓰러진 어머니 등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지구를 침공하려는 외계인의 음모라고 생각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얼마 안 있어 개기월식이 되면 지구는 멸망하게 된다. 이를막을 방법은 오직 한가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는 것. 병구는 이를 위해 지구인으로 위장해 활동하고 있는 화학공장 사장 강만식을 납치한다. 이유는 강사장이 지구에있는 외계인 중 왕자와 접속할 수 있는 `로얄 분체 교감 유전자`를 유일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
취미란 게 누드로 골프치기에 여배우와 호텔 드나들기인 강사장은 전형적인 악덕 기업주. 경찰청장의 사위인 그가 납치되자 경찰은 범인을 잡기위해 혈안이 된다.
한편, 병구는 왕자와 접속하게 해달라며 물파스, 때밀이 수건 등을 이용해 강사장에게 고문을 가하고, 강사장은 수차례 탈출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18세이상관람가.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