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희망불씨 지피자" 기업들 불황 맞서 처절한 사투

한지붕 세공장… 올빼미 생산라인… 업무영역 파괴…


주물업체인 비엠금속 근로자들은 몇달 전부터 집에서 저녁을 먹고 오후10시에 출근하는 올빼미생활을 하고 있다. 완성차업체 감산 여파로 일감이 줄어들다 보니 싼 심야전기를 이용해 비용을 한푼이라도 줄이겠다며 밤에만 공장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절약되는 전기요금은 한달에 1,500만원 정도. 주물업계에는 요즘 이 같은 올빼미공장이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비엠금속의 한 관계자는 “남들이 우리 보고 올빼미공장이라고 하지만 무슨 상관 있겠습니까. 주위에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게 웃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유례없는 혹한기에 접어든 가운데 산업현장에서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기 위한 중소기업들의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근로자들이 공장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근무를 자청하고 나서는가 하면 직원 모두가 영업사원으로 나서 전국을 누비는 등 한마음으로 뭉쳐 뛰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화답해 일감 나누기로 인적 구조조정을 최대한 늦추고 오히려 투자를 늘려 잡는 등 곳곳에서 ‘희망의 찬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광고물 제작업체인 애드맨의 디자이너들은 요즘 제품 포장이나 가봉 같은 단순업무까지 떠맡아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회사 측에서 하루 4만5,000원 정도를 주고 아르바이트로 고용했던 주부인력들을 비용절감 차원에서 내보내다 보니 직원들 스스로 업무영역을 가리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등산복을 만드는 동진레저 임직원들은 내수가 위축되자 ‘발로 뛰어라’는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펼치고 있다. 영업부 직원들은 환차손 등으로 인해 비상경영에 접어들자 위기극복에 앞장서겠다며 전국 160개의 대리점과 백화점 등을 하루 5곳 이상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주요 공단에는 기존 공장을 여러 업체가 작게 나눠 쓰는 ‘미니공장’도 눈에 띄고 늘어나고 있다. 남동공단의 금속부품업체 K사의 경우 이달 초 100여평 남짓한 공장에 2개 기업이 추가로 들어와 ‘한지붕 세가족’으로 지내고 있다. 공간이 워낙 좁다 보니 따로 칸막이를 치지도 못하는 등 불편하긴 하지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시화공단만 해도 경기침체로 이 같은 임차공장 비율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기업들이 지금의 위기를 잘 넘기면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소기업들에 희망을 안겨주는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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