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좀 솔직해집시다

김희중 국제부장 jjkim@sed.co.kr

[데스크칼럼] 좀 솔직해집시다 김희중 국제부장 jjkim@sed.co.kr 김희중 국제부장 정직만큼 훌륭한 방책은 없다는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면 세상은 ‘죄는 밉지만 사람은 밉지 않다’는 말로 용서한다. 정직과 달리 변명의 말로는 비참하다. 변명은 일종의 죄악이다. 변명은 또 다른 변명을 낳고 종국에는 겉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정직은 자기겸양에서 나온다. 자신을 감싸는 태도에서는 정직한 생각이나 행동이 나올 수 없다.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은 남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쓰디 쓴 충고가 행동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겁한 사람은 자기변명과 주장에 열을 올린다. 계속되는 자기변명은 결국 헤어날 수 없는 덫에 걸려 멸망하고 만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요즘 정부에서 일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면 ‘참,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 여름까지만 해도 그들은 우리 경제가 ‘괜찮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이들은 경제가 괜찮은데도 언론이 너무 경제난을 부추긴다며 툭하면 언론 탓을 했다. 정부 말대로 언론이 부추겨서 경제가 이 꼴이 됐는지, 경제가 어려우니 언론이 보도한 것인지는 따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백성들이 모두 힘들어 하는데도 경제가 괜찮다고 한 그들은 정말 스스로에게 솔직했을까 묻고 싶다. 이들은 이제 외국기관의 평가에 대해서도 불평이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때에는 그렇게도 외국기관의 평가를 금과옥조(金科玉條)인 것처럼 내세우던 그들이 이제는 못믿겠다니 의아하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1년 만에 11단계나 추락하자 일부 관료들이 WEF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평을 했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경제, 지금 세계가 먼저 자신하고 있습니다’ 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변명을 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이 생긴 걸까. 어딘지 우스워보인다. 자신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방을 배척하는 사람이나 조직에는 발전이 없다. 본디 충고란 상대방을 위해 하는 것이다. WEF의 지적에 얼굴을 붉힐 게 아니라 “우리는 한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외부의 평가는 아직도 생각만큼 잘 안 되는구나!”하고 반성하고 좀 더 분발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언제까지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좀 더 솔직해졌으면 싶다. 경제가 어려운 것은 모두들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성장률은 날로 떨어지고 있고 청년실업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바깥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지고 있는 요즘 노숙자들 사이에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치열하고 건설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한겨울을 어떻게 지낼 지 수심이 가득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몇 % 성장이라는 수치에만 매달리며 자기주장만을 펼 것인가. 성장률이 5%든, 4%든 그게 무슨 대수인가. 백성들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는데 몇몇 수출주력 품목과 대기업들에 의한 반쪽자리 성장에 계속 목을 맬 것인지 정부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좀 더 솔직히 현실을 인정하고 모두의 지혜를 짜내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뉴딜정책인가 무엇인가 하는 경기부양 관련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정책진단의 실수를 인정한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판 뉴딜정책이 성공을 거둬 곤고한 우리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다고 강조한 그들이지만 이제는 ‘경제가 어려우니 우리 모두 힘을 합칩시다’고 한번 크게 외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정부정책이 성공하려면 정책의지 못지 않게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정책을 믿고 따라줄 때 소비도 살고, 고용도 안정되고, 국가의 대외이미지도 높아지는 것이다. 이번에도 핑계처럼 들려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jjkim@sed.co.kr 입력시간 : 2004-10-1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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