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에 힘입어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 압력을 높이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14일 준 사법기관인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로 하여금 자동차용 도금 강판에 대한 수입관세를 부분철폐케 하는 큰 승리를 거뒀다.
◇ ITC, 자동차 업계 편들어= 미국내에서는 도금 강판 관세 폐지를 놓고 자동차업계와 철강업계가 서로 이익이 엇갈려 치열한 로비 노력을 펼쳐왔는데, ITC는 이번조치로 자동차 업계의 이익을 상당 부분 충족시켜 준 셈이 됐다.
그간 미국 자동차 업계는 ITC에 미국내 철강 생산 부족과 함께 지난 2년간 도금강판에 대한 고율의 관세로 68%나 가격이 상승한 점과 함께, 이와 반대로 철강업계는 구조 조정후 평균 12% 의 수익 증가를 기록한 점을 지적해왔다.
ITC는 지난 1993년 이후 여러 종류의 외국산 철강에 대해 약 160개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해왔으나, 6개국산 도금 강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는 자동차 업계와 이익이 상충돼왔다.
15일 미국 언론들은 ITC가 전날 4대 2로 도금 강판 수입 관세 철폐를 결정한 것을 놓고 '자동차 업계의 깜짝 승리'라고 보도하면서 미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빅 3' 연간 8억5천만 달러 비용절감 효과= ITC가 캐나다, 프랑스, 호주, 일본산 도금 강판에 대해 13년간 적용해온 최고 35%에 달하는 수입 관세를 폐지함으로써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 3'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연간 8억5천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포드의 경우 매년 전세계로 부터 500만t의 철강을 사들이며 이중 60%가 도금 강판으로 미국내 차 생산에 쓰인다.
미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한대 생산에 평균 1천 파운드(453kg)의 도금 강판을 사용하며 이 비용에 약 400달러가 든다.
ITC를 상대로 한 도금 강판 관세 폐지 노력에는 일본과 유럽, 한국산에 밀려 고전해온 이들 '빅 3' 뿐만 아니라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차의 미국 법인들도 가세했다.
◇ 포철ㆍ현대차에도 영향= ITC는 그러나 한국과 독일산 도금 강판에 대해서는 폐지를 유보함으로써 포항 제철은 물론, 포항 제철로 부터 도금 강판을 들여온 미국 앨라배마 현대차가 당장 영향을 받게 됐다.
ITC는 반덤핑 및 상계 관세를 포함, 한국산에 최고 18.85%, 독일산에 10.02%의 관세를 각각 적용해왔으며, 한국과 독일산 철강 수입은 미국 철강 생산량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ITC의 판정에 따라 포항제철은 오는 2011년 일몰재심(sunreview)에 앞서 내년 부터 연례 재심(annual review)을 통해 관세 철폐 노력을 펼 것으로 전망되며, 앨라배마 현대차는 포항 제철과의 공급 계약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및 독일산 도금 강판이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두 나라의 경우 각각 중국, 러시아산 강판을 도금 등 후공정을 통해 우회 수출하지 않느냐는 의혹을 받아온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한국산 도금 강판의 대미 수출이 고율의 관세에도 불구, 계속 증가해온 점도 유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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