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별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가 한창이다. 지난 3일 이화여대를 시작으로 5일 부산대, 6일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9일 성균관대에서 논술고사가 시행됐고, 11일에는 고려대, 숙명여대, 12일부터는 서강대, 서울교대, 경인교대, 동국대, 중앙대, 서울대, 한국외대 등이 논술고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실시된 대학별 논술고사를 분석해보면 전체적으로 논제가 평이하고 고등학교 교과서 지문 활용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성균관대는 빈곤국에 대한 국제원조 문제를 제시했다. 빈곤국에 대한 국제원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제시문 3개와 반대 주장이 담긴 제시문 3개를 보고 양측의 상반된 견해를 간단히 요약한 뒤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라는 문제였다.
이화여대는 보편문명에 관한 각 제시문을 보고, 현재 우리의 상황에 맞춰 비판적으로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연세대는 장자의 ‘추수편’에 나오는 장자와 혜자의 논쟁, 토머스 네이글의 ‘박쥐의 입장에서 느낀다는 것은 어떠한 것인가’, 고교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김유정의 ‘동백꽃’, 폴 처치랜드의 ‘물질과 의식’이란 4개의 제시문을 주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비교 분석하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회 현실의 예를 이용해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밖에 한양대는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논술하라는 문제가 나왔고, 경희대는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과 특징을 이해하고, 사회갈등의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논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세대는 고교 문학교과서에 나오는 김유정의 동백꽃, 경희대는 고교 공통사회(상) 교과서에서 제시문을 활용하는 등 이전에 비해 고교 교과서 지문 활용이 늘어났다. 논제의 수준도 이화여대의 보편 문명, 연세대의 타인에 대한 인식, 한양대의 인구 감소 현상에 대한 해결 방안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 난이도를 평이하게 출제한 점이 특징이다.
이는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을 앞두고 각 대학들이 고교 교과서나 익숙한 내용의 지문을 활용해 학생들의 창의적 생각을 측정하는 쪽으로 출제방향을 잡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제시문과 논제가 쉬워지는 추세인 만큼 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글을 작성하는 데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종운 청솔어학원 평가연구소 소장은 “창의적인 논술을 위하여 ‘나’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독창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상의 문제를 남이 아닌 나에게서 생각할 때 그 주장이 구체적이고 독창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오소장은 “와트가 증기기관차를 발명할 때 난로에서 끓고 있는 주전자를 보고 증기의 원리를 생각했듯이 하나의 지식이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사고의 원활한 전이를 통해 독창적인 논리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