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터뷰] '키스 미 케이트' 공연 앞둔 뮤지컬계 디바 최정원

"배우는 관객에게 희망 주는 무대 위의 철학자 같은 존재"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건 무대에 서 있는 동안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작은 철학자'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무대에서 세상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다시 살아나갈 힘을 북돋워주는 것이죠."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뮤지컬계의 디바 최정원(42ㆍ사진)에게 배우의 정체성, 자신의 존재 이유는 이렇듯 선명했다. 오는 9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Kiss me Kate)' 공연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최 씨는 "지난 2001년 '키스 미 케이트' 초연 때 호흡을 맞췄던 남경주ㆍ황현정ㆍ이인철 씨와 함께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게 무척 감격스럽다"며 "이번에는 10여년전 내가 연기했던 '비앙카' 역할을 아이비가 맡고 난 이혼녀인 '케이트' 역할을 맡게돼 세월의 무게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9일부터 8월 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는 셰익스피어의 재기 넘치는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뮤지컬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이혼한 한 쌍의 배우들이 '말괄량이 길들이기'란 뮤지컬에 함께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어릴 적부터 거울을 보며 노래와 춤을 즐겼던 최 씨가 뮤지컬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진 켈리의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in the Rain)'을 만나고부터다. 최 씨는 "노래와 춤을 통해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키웠던 당시 그 영화를 보고 온몸에 전율 같은 게 느껴졌고 이게 바로 내가 갈 길이라는 신념이 생겼다"고 회고했다. 지난 1988년 롯데월드 예술단 1기로 입단,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최 씨는 1995년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뮤지컬계의 디바'로 부상했다. 데뷔 이후 20여년간 27개의 작품에 출연했다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그는 뮤지컬 '맘마미아'가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여배우들의 경우 나이가 들면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극중 주인공 도나의 나이가 40세여서 실제 제 나이와 비슷한 배역을 만날 수 있었죠. 이런 게 바로 행운 아닐까요." '맘마미아' 도나 역의 행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 2007년 '맘마미아'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는 소화를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선 담석이 발견됐다며 수술을 권했지만 큰 공연을 앞두고 병상에 누워있을 수 없어 죽과 물로만 2개월을 버티며 공연을 마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보낸 두 달 동안 담석이 그냥 빠져나가 버렸다. 맘마미아가 그에게 '기적 같은 선물'인 이유다. 기적에 힘입어 열연한 그는 2008년 세계 172개 도시에서 '맘마미아'를 공연한 여러 극단 가운데 '세계 최고의 도나'에 뽑히기도 했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무대 위에서 배역과 함께 성숙해지고 있다는 최 씨는 무대에 서기 전 항상 스스로에게 되뇌는 기도가 있다고 한다. '언제나 처음처럼, 처음은 언제나처럼'. 최 씨는 "오늘의 공연이 첫 공연인 동시에 마지막 공연처럼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이라며 "공연을 하다가 무대 위에서 죽고 싶을 정도로 무대를, 그리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이 마음을 끝까지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뮤지컬 디바'다운 희망사항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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