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전국화물연대 포항지부의 집단행동에 대해 단호한 대처 의지를 밝힌 것은 갈수록 확산되는 집단이기주의를 용인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함께 참여정부의 친(親) 노동자적 정책에 대한 오해와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관계 및 경제회생 두마리 토끼 잡는다= 정부는 더 이상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경우 산업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해 법질서 유지차원에서 주동자를 색출해 엄중히 사법처리하기로 했다.
지난 3월초 노동장관회의에서도 공권력투입자제, 손배소ㆍ가압류 남용방지, 불법파업자에 대한 불구속수사원칙 확립 등 개혁노동정책을 내세웠던 정부의 방침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대기업노조의 힘이 너무 센게 문제”라고 지적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여서 앞으로 노동정책도 노동계 편향에서 `현실수렴`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오는 11일 방미를 앞두고 미국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고 국내 경제 회생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 피해 눈덩이= 이번 사태는 화물연대가 7일 포항 철강공단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면서 최악의 고비를 넘겼지만 기업들에겐 적지않은 피해를 입혔다.
포스코(포항제철소)의 경우 하루 2만여톤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매일 94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INI스틸은 제강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창원에 소재한 한국철강도 완제품 출하와 원자재 반입이 막히면서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피해액은 90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2일 괌과 사이판으로 수출키로 했던 2억5,000만원 상당의 철근을 납품하지 못해 대외신용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조선, 자동차, 가전, 건설 등 산업 전반이 이번 사태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 현대미포조선은 후판 공급이 막히자 7일 일부 조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여타 가전ㆍ자동차 업체들도 철강소재를 충분히 비축하지 않는 상황에서 서둘러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등 잔뜩 긴장했었다.
해운업도 철강제품의 항내 반출입이 중단되면서 선박 운항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범양상선의 경우 벌크선 3척이 출항하지 못한 채 항만에서 마냥 대기해야만 했다.
◇시한폭탄 아직도 곳곳에= 화물연대는 7일 “이달중으로 대정부교섭, 임단협교섭, 운임인상교섭을 일제히 진행하고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운송하역노조전체가 물류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사태가 해소됐다고 선언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는 앞으로 화물연대와 정부의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재 공급중단 사태는 겨우 넘겼지만 여전히 육상물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더 나쁜 상황이 올 수 도 있다”고 우려했다.
포스코의 경우 5개의 운송업체를 통해 철강재를 운송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소속 2곳이 파업을 벌이고 있어 당분간 3곳의 운송업체를 통해서만 제품 출하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산업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철강재 공급이 재개된 것은 다행이지만 육상물류가 여전히 비상상황”이라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사태를 지켜보다 뒤늦게 나서고 있지만 하루 빨리 물류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주,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