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산업은행, 리먼브러더스 인수 저울질

신중해야" "IB 발전 앞당길 기회" 맞서…정부 결심이 관건<br>리먼, 유동성 위기 넘기려 지분 매각등 나서<br>수혈 실패땐 강제매각-적대적 M&A 가능성


정부와 산업은행이 미국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의 정확한 부실 규모를 알 수 없고 기다리면 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과 한 세대 이상 뒤처진 투자은행(IB) 분야의 발전을 앞당기려면 무조건 인수해야 한다는 ‘기회론’ 이 팽팽히 맞서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리먼 인수와 관련된 것은 그 어떤 것도 언급할 수 없다”며 “(끝난 것인지 진행 중인 것인지에 대해서도) ‘노코멘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인수합병(M&A)의 특성을 감안하면 산은의 리먼 인수 가능성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리먼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리먼이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지 못할 경우 강제 매각 또는 적대적 M&A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올 초 부실이 누적된 베어스턴스를 JP모건에 강제로 매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현재 리먼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분매각은 물론 자산운용사업부(노이버거버만)와 상업용 부동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리처드 풀드 리먼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9월 중순으로 예정된 3ㆍ4분기 실적 발표 이전에 자본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매각작업은 여의치 않다. 리먼은 자산가치 100억달러인 노이버거버만을 매각하기 위해 칼라일ㆍ블랙스톤 등과 접촉했다. 그러나 풀드 CEO가 ‘노이버거버만의 지분 70%를 매각한 후 나중에 되사간다’는 조건을 제시하자 투자자들은 난색을 표명했다. 크레시파이낸셜의 크레시 사장은 “리먼이 수익성이 좋은 노이버거버만을 매각하면서 재매입하겠다는 조건을 다는 건 사업을 지속할 수 없으면서 단지 시간을 벌고 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리먼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월가에서는 리먼의 3ㆍ4분기 손실이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씨티그룹의 프라샨트 바티아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먼의 추가적인 자산 상각이 불가피해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며 3ㆍ4분기 손실규모 전망치를 기존 주당 41센트에서 3.25달러로 늘려 잡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리먼의 자산 상각과 신용손실 규모가 현재 82억달러에서 추가로 40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월가는 추정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리먼의 경영진이 높은 가격만 고집한다면 적대적인 M&A 외에는 적절한 대안이 없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인수를 추진 중인 산은과 최종 결정권을 쥔 정부가 리먼 인수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접점(가격)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따라 딜 성공 여부가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민 행장은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장 출신으로 공격적인 ‘딜 메이커(Deal Maker)’로 정평이 나 있다. 민 행장이 산은 민영화라는 정부의 큰 틀 속에 ‘리먼 인수’를 끼워넣는 첫번째 임무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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