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1월 19일] 자동차 빅3 구제금융 관전법

지난 1970년대 말 미국 자동차의 본고장 디트로이트에서는 주차장에 세워둔 일본 승용차는 성하지 않았다. 일본 소형차가 미국에 본격 수입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미국 자동차 노조원들이 일본차에 분풀이를 해댔던 것이다. 30년이 흐른 지금 미국 어디에서나 일본 자동차는 거리에 넘쳐난다. 일본차가 과거와 같이 수난을 당하는 일도 없어졌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빅3’의 미 시장 점유율은 원조 ‘빅3’를 곧 추월할 기세다. 미 자동차 산업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지각변동을 맞고 있지만 빅3의 고비용 저 생산성 구조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빅3는 리터당 5km도 채 달리지 못하는 기름 먹는 하마(gas guzzler)가 제일인 줄 알았다. 디트로이트는 요즘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있다. 미 자동차 경영진은 “빅3의 문제는 미국 전체의 문제”라며 긴급 자금지원에 목을 매고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올해를 버티기 어렵다”는 릭 왜고너 GM 회장의 고백은 충격적이다. 미 민주당은 250억달러 규모의 빅3 구제금융 법안을 17일(현지시간) 상원에 제출, 이번주 중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나 공화당이 강력 반대하고 있어 의도 관철이 쉽지 않아 보인다. 존 카일 상원 금융위원회 공화당 간사는 “빅3는 혁신을 모르는 공룡”이라며 “250억달러 지원은 심판의 날을 6개월 연장해줄 뿐 어떠한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며 구제금융을 일축했다. 미 경영학계는 빅3 중 1~2개의 파산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최악의 선택만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파산은 고통스럽지만 군살을 빼고 복지병을 치유할 절호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예맥 뉴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월스트리저널(WSJ) 기고를 통해 ‘정부가 250억달러를 빅3에 지출한다면 경쟁력이 없는 근로자의 일자리를 보존해주는 것보다 차라리 근로자 1인당 1만달러를 주는 것이 낫다’고 비꼬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것이 우리에게도 좋다”고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빅3 중 한두 곳이 파산한다면 자동차 교역 불균형을 트집잡는 민주당과 새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미 자동차 산업은 250억달러 아니 2,500억달러를 쏟아 부어도 경쟁력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의 지적처럼 한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이 아니라 빅3가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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