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산업현장에 노사 평화의 훈풍이 일고 있다. 노사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 넓게 형성되고 있는데다 만성적인 노사 갈등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SKC 노사는 최근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 천안ㆍ수원ㆍ울산 등 3개 사업장의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항구적 무분규’를 선언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무분규 선언은 지난 94년 동국제강과 4월의 ㈜코오롱에 이어 국내 기업 사상 세번째 조치로 향후 유사한 형태의 노사화합 대선언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SKC 노조의 과감한 변신은 창사 이후 30여년 동안 사업재편 과정을 거치면서 탄탄하게 쌓아온 노사 간의 신뢰관계 덕택이다. 임관빈 노조위원장은 “86년 5월3일 노조 출범 이후 21년은 단 한번의 파업이나 분규 없이 노사 간의 신뢰를 쌓는 소중한 기간이었다”며 “경영진과 오너에 대한 편견이나 불신 대신 경영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회사가 성장하고 노조원들의 복지도 개선된다면 파업은 더 이상 노조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SKC 노조원은 잔업이 있을 경우 아무 조건 없이 생산라인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며 “노와 사가 대립관계가 아닌 공동의 목표를 향해 걷는 상생의 관계라는 것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올 들어 임금동결과 파업자제를 과감하게 선언하는 대기업 노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때 강성노조로 평가됐던 코오롱은 최근 노사 대표들이 창립기념일을 맞아 ‘항구적 무파업 사업장’을 선언했으며 동양그룹에 인수된 한일합섬 노조도 올해와 내년 2년 간의 단체교섭권을 회사에 전적으로 위임해 눈길을 끌었다. 또 GS칼텍스 노조는 회사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감안해 임금동결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며 LG필립스LCD 노조는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이 불황국면에 처하자 회사 측에 자발적 임금동결을 제안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올해 노사관계가 산별노조 전환,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로서는 노사 상생의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6월부터 본격화될 산별교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