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신유통업 자리매김 정책적 배려 시급"

[5조 홈쇼핑시대]전문가 좌담-끝" 홈쇼핑은 7년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업종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무점포를 특징으로 하는 홈쇼핑이 신유통업종으로 자라잡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함께 내부적인 정비도 필요합니다" 서울경제신문이 기획한 ' 홈쇼핑 5조 시대'를 마무리하며 마련한 좌담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홈쇼핑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이 같이 제시했다. 특히 이들은 홈쇼핑 시장이 확고한 뿌리를 내릴 때 까지 정부 당국의 정책적 배려를 당부했으며, 규제 강화 보다는 업계의 경쟁 유도를 통해 시장을 발전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 홈쇼핑이라는 유통업태가 생겨난지 7년 만에 시장규모가 5조원을 바라보는 등 해마다 세자리 수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장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관휘상무 =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인구가 과밀해 구매력이 강력합니다. 또 카드사용률이 95%에 이르고 IT 인프라도 탄탄해 기본적인 시장환경이 잘 구비돼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홈쇼핑을 처음 시작한 사업자가 대기업 이어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98년에 터진 IMF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유통경로를 찾지못해 고생을 하다가 이윤 창출은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찾겠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홈쇼핑에 납품한 것도 시장 폭발의 한 요인입니다. ▦이관훈상무 =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질이 호기심 많고, 유행에 민감한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온라인 구매에 이렇게 빨리 적응한 민족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입니다. 또 외국 소비자들 처럼 개성이 강하지 않고 구매성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단일품목을 대량 판매할 수 있는 것도 큰 강점 입니다. ▦서용구교수 = 우리나라 홈쇼핑사업의 기록적 성장은 사회학적으로 연구할 만 한 대상입니다. 제가 보는 바로는 IMF를 겪으며 국민들의 소비성향이 백화점 위주의 고가제품에서 실속형 저가제품으로 낮아진 것이 홈쇼핑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밖에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가정주부들이 전업 주부이면서 경제권을 쥐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내부적으로 홈쇼핑 업체들이 치열할 경쟁을 벌이며 마케팅 능력을 강화한 것도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 홈쇼핑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준 서비스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조 상무 = 저희 LG홈쇼핑은 고객이 반품을 요구할 경우 물건을 돌려 받기 전에 대금을 먼저 지불하는 선환불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TV홈쇼핑으로 옷을 구입할 경우 화면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선환불제도는 불가피 합니다. 게다가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의류제품의 경우 유통경로의 축소 등을 통해 백화점의 동일 품질 제품 보다 30 ~ 40% 정도 싼 값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또 홈쇼핑 도입 초기에는 미국식 홈쇼핑 방송을 벤치마킹 했습니다만 미국식은 다소 지루하기 때문에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서 교수 = 얼마전 한 기관이 서비스 업종의 고객 만족도를 조사,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백화점ㆍ 홈쇼핑ㆍ 인터넷쇼핑은 모두 69점으로 동점을 기록했습니다. 홈쇼핑이 받은 69점은 은행 등 금융기관 보다 높은 점수 입니다. ▦이 상무 = 홈쇼핑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비자들로 하여금 TV를 시청하게 해야 되고, 반품 등을 자유롭게 받아줘 신뢰기반을 조성해야 합니다. 현대홈쇼핑ㆍ 우리홈쇼핑ㆍ 농수산쇼핑 등 후발 3사가 시장에 새로 들어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로 인해 시장체제가 확립된 측면도 있습니다. - 최근 여기저기서 국내 경기의 위축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내년 홈쇼핑 업계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서 교수 = 우리나라가 시장개방을 한 이후로 백화점ㆍ 할인점 등 기업형 유통업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시장 등 중소 규모 유통망이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기업형 유통업은 과점화 현상이 뚜렷합니다. 이에 따라 홈쇼핑은 ' 기업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을 어떻게 전개 하느냐'와 ' 주 5일 근무 등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에 얼마만큼 잘 적응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2008년경 부터는 홈쇼핑ㆍ 인터넷쇼핑ㆍ 네트워크 판매 등 무점포 유통이 오프라인 유통의 시장규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상무 = 제 생각으로는 내년의 홈쇼핑 업계는 지금 같은 고성장 추세를 지속하기는 힘들지만 향후 3 ~ 4년간 30 ~ 40%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 동안 해마다 세자리 수의 성장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900만 홈쇼핑 고객중 재구매를 되풀이 하는 고객은 300만명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나머지 600만명의 소비욕구를 분석해 대응한다면 아직도 시장은 무궁무진 합니다. ▦조 상무 = 저는 한 프로그램당 몇 개의 상품을 방송하느냐, 다시 말해 시간당 생산성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성장의 폭이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 최근 들어 소비자단체 등에서 충동거래 등 홈쇼핑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십니까. ▦조 상무 = 홈쇼핑이 충동구매를 유발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질이 나쁜 물건을 사도록 유도한다면 충동구매라고 지탄을 받아도 마땅합니다만 질이 좋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충동구매 유발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서 교수 = 저는 홈쇼핑이라고 해서 특별히 충동구매가 심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도 충동구매 요인은 비슷하게 존재합니다. 특히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경우 일부러 발품을 팔아 외출했기 때문에, 혹은 점원의 친절에 마음이 약해져 필요없는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지않습니까. ▦이 상무 = 홈쇼핑 업체들이 충동구매를 부채질 해 봤자 반품비율이 높아지면 배송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됩니다. 업체로서는 충동구매를 부추길 이유가 없습니다. - 최근 최근 인포머셜 홈쇼핑 업체들이 단체를 결성하는가 하면, 유사홈쇼핑 업체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들의 관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상무 = 유사홈쇼핑 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고객들이 물건을 구입한 후 어느 업체에서 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5대 홈쇼핑업체와 나머지 업체들을 구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서 교수 = 최근들어 인포머셜 홈쇼핑 업체들이 자율규제를 목적으로 광고사업자협회를 발족한 것은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싶습니다. 하지만 이상무님의 말씀대로 정식 인가를 받은 업체들과는 구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홈쇼핑은 국내에 도입된 지 7년밖에 안될 뿐 아니라 한창 성장해나가는 사업인 만큼 업계에서는 당국에 대해 바라는 바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상무 = 홈쇼핑은 아직 역사가 짧은 만큼, 사업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조 상무 = 국제경쟁력을 갖춘 몇 안되는 산업중의 하나인 만큼 잘못이 있다고 무조건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시장기반을 확립할 때 까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호해 주었으면 합니다. - 홈쇼핑은 IMF 시절 어려움에 처한 영세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어주는 등 새로운 유통경로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했습니다. 그밖에 국가경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조 상무 = 중소제조업체들이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짧은 시간동안 대량의 제품을 판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합니다. 하지만 홈쇼핑은 대중을 상대로 방송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광고효과까지 부수적으로 거둘 수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R&D컴퍼니로 물건을 만들어 낸다면 홈쇼핑 업체들은 마케팅 컴퍼니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공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홈쇼핑이 유통단계를 축소하면서 저가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서 교수 = 홈쇼핑 업체들이 중소 제조업체들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나름대로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지만 업종PR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돼있습니다. 실제로 빈사상태에 있던 제조업체가 홈쇼핑에 방송이 되면서 기사회생한 사례도 많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업태의 특성을 국가경제 활성화에 이용해 볼 만 합니다. - 마지막으로 홈쇼핑이 향후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정리를 해주시죠. ▦서 교수 = 이제 온라인유통은 홈쇼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T-커머스와 M- 커머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새로운 유통형태는 생각보다 우리의 곁에 훨씬 더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이 같은 신유통 업태들은 시대의 컨셉에 부합하기 때문에 새로운 소비문화와 고객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의 해외진출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소비자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이 상무 = 이번에 서울경제신문에서 기획한 ' 홈쇼핑 5조 시대'시리즈는 홈쇼핑의 새로운 면모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데 일조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학계에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은 유통업이 날로 성장해가고 있지만 경제관련 학과에서 배출한 인적자원으로는 현장 투입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통학과를 신설, 전문인력 양성에도 신경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석자 ·조관휘 LG홈쇼핑 마케팅 담당 상무 ·이관훈 CJ홈쇼핑 방송제작 담당 상무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회-조희제 서울경제신문 생활산업부장 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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