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 톱스타들의 출연료와 제작지분 요구를 둘러싸고 제작자와 매니지먼트사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방송계에서도 주연급탤런트들의 출연료 논란이 본격적으로 번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문석 EBS 정책위원은 최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정책회의에서 탤런트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를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며 "최근 5년 동안 주연 두 명의 출연료는 260% 이상 오른 반면 조-단역들의 평균 출연료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FD(현장진행스태프) 인건비 상승률도 15%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PD연합회가 한 지상파TV의 주말연속극 한 편씩을 골라 회당 제작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00년 3천650만원이던 총제작비는 2002년 5천251만6천원으로 오른 데 이어2005년에는 2000년 대비 77% 상승한 6천450만원으로 올랐다.
이에 비해 총출연료는 2000년 2천18만4천원에서 2005년 5천19만원으로 갑절 이상(149%) 치솟았다. 특히 주연 두 명의 출연료 합계는 360만원에서 1천300만원으로261%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고액 조연의 출연료도 190만원에서 5년 만에 500만원으로 163% 올라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하위 10명의 평균 출연료는 21만원에서 오히려 14만3천원으로 줄어들었다. FD의 인건비는 33만원에서 38만원으로 5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총제작비에서 주연 두 명의 출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9.9%에서 2002년 9.7%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5년 20.2%로 부쩍 늘어났다.
미니시리즈의 경우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연기자간 불균형은 더욱심하게 나타났다. 2000년에서 2005년까지 부문별 회당 제작비의 상승률은 총제작비79%, 총출연료 46%, 주연 출연료 251%, 최고액 조연 출연료 76%, FD 인건비 15%였으며 하위 10명의 평균 출연료는 17% 줄어들었다.
주연 두 명의 출연료가 총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7.5%, 2002년 6.9%, 2005년 14.7%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그나마 0.4%에 지나지 않던 하위 10명 평균출연료 비중은 0.2%로 반토막났다.
양문석 위원은 주연급 탤런트들의 출연료가 급상승함에 따라 생기는 문제점으로△배역 수 줄이기 △실력 있는 중견 배우 배제 △스태프 노동조건 악화 △제작사 이윤 감소 혹은 적자 △방송사 자체 제작 드라마의 스타급 캐스팅 가능성 희박 △간접광고 기승 등을 꼽았다.
그는 "서민풍 드라마나 정통사극 등 다양한 드라마가 기획되지 않을 뿐 아니라다른 부문의 제작비를 줄이는 바람에 완성도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드라마의 침체를 가져올 위험이 크고 한류 붐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안으로 △출연료 상한선 합의 △신인 연기자 발굴ㆍ양성 △배역 비중 등에 가중치를 매겨 연기자 등급 세분화 △샐러리캡(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NBA처럼 출연료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 도입 검토 △방송발전기금을 투입해 단막극 진흥 △연출가ㆍ연기자ㆍ스태프 인센티브 적용 △PPL(간접광고) 기준에 대한 재검토 △협찬 전면 개방 등을 내놓았다.
PD연합회는 양문석 위원에게 의뢰해 다른 두 지상파TV의 드라마 사례도 분석하고 있으며 제작진 노동시간과 드라마 장르별 증감 추이 등도 조사해 대책을 마련할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