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구리의 호협한 기풍

제5보(72~100)


"크으, 아픕니다." 구리의 흑73이 놓이자 해설자 강만우가 비명을 질렀다. 레슬링에서 기술이 제대로 먹힌 형상이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백은 일단 74로 머리를 내밀어야 하는데 75로 밀리자 또 76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을 수 없다. 봉쇄당하면 그대로 사망이니까. 백80까지 박영훈은 고통의 수순을 밟았다. 백이 이곳에서 둔 네 수와 흑이 둔 네 수(73에서 79까지)의 성분은 전혀 다르다. 백이 둔 네 수는 그저 공배를 메운 것이나 다름없다. 실리도 외세도 아니고 그저 연결해 가기에 급급한 수순들이었다. 반대로 흑이 둔 네 수는 웅장한 외세가 되고 있다. 백82는 시급한 곳. 우물거리다가 이 방면을 흑에게 허용하면 게임은 그것으로 끝날 것이다. 흑83은 구리의 호협한 기풍을 여실히 보여준다. 확실히 지키려면 참고도의 흑1인데 그것은 백2의 삭감이 뻔히 보이므로 아예 높직하게 지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84의 침입은 절대수가 된다. 이 침입을 유도하여 공격으로 판을 좁혀나가겠다는 것이 구리의 구상이다. 98은 귀의 사활 때문에 꼭 필요한 수순이다. 이 수를 생략하면 흑가의 껴붙임으로 간단히 백대마가 잡힌다. 흑99는 즐거운 수순. 이것으로 백은 큰 집이 전혀 없게 되었다. "뭐 그렇긴 하지만 구리가 너무 기분을 내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냥 우변을 단속해 두는 것이 더 확실하지요." 강만우의 해설인데 흑99로는 나에 막아두어도 충분했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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