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지표 온통 '빨간불'

생산·소비·실업률등 일제히 10년만에 최악미국의 생산, 소비, 고용 상태를 가늠케 하는 지표들이 일제히 지난 90~91년 경기침체 이후 10년만에 최악을 기록, 9.11 테러 이후 미국 경제가 심한 열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월가의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지만,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회복의 모멘텀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6일 또다시 금리를 인하하고, 연방정부와 의회가 조만간 경기촉진 플랜에 합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테러 참사와 추가테러 공포가 경제에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어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소비 미 상무부가 발표한 9월 소비자 지출은 전년동기대비 1.8% 하락, 하락폭으로는 14년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9.11 테러 참사로 인해 미국인들이 쇼핑몰을 가지 않고, 항공기와 호텔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3분기 GDP(추정치)는 0.4% 하락, 8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부문별로 소비와 정부 지출만이 소폭 상승함으로써 지표상 급락은 피했다. 그러나 9월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이달말에 발표될 수정치에서 3분기 GDP 하락폭이 커질 전망이다. 또 그동안 부동산 경기 호황을 뒷바침했던 건설 지출도 5개월째 하락, 90년 경기침체 이후 가장 긴 기간의 위축을 기록했다. 그러나 저축률이 8월 4.1%에서 9월 4.7%로 상승, 미국인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 소비를 줄이고 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는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7년반만에 최저치인 85.5로 하락했다고 밝힌바 있어, 4분기에 미국 경제는 소비위축에 따른 심각한 경기후퇴를 기록할 전망이다. ◆ 고용 및 생산 9.11 테러 이후 항공사, 호텔, 여행업체들이 대량의 실업자를 쏟아냄에 따라 10월 실업률이 9월의 4.9%에서 5.2%로 급상승할 것으로 월가에서 추정하고 있다. 10월말 현재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은 369만명으로 18년반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의 제조업도 10년만에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전미제조업구매자관리협회(NAPM)가 발표한 제조업 지수는 9월 47에서 10월에 39.8로 하락, 91년 2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테러 사건으로 국경의 검문검색이 강화되면서 제조업체들이 높은 코스트를 물고, 물류 이동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일부 공장의 가동이 중단된 사실이 지표에 반영된 것이다. NAPM 신규주문 지수도 9월 50.3에서 10월엔 38.3으로 급락, 20년만의 최저를 기록했으며, 제조업 불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협회가 65명의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 미국 경제가 0.4%, 하반기에 1.6% 각각 상승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미국의 경영인들은 내년에도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뉴욕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 경제를 회복할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와 대조적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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