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식품업체들이 수출전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식품 생산기술이 세계적 수준으로 급성장하면서 해외 시장 곳곳에서 우리 식품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세계 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식품도 수출 산업으로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 수출은 특히 우리의 입맛을 세계에 전파한다는 점에서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나 반도체보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친밀감은 자동차·전자제품 보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적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외국인들의 입맛을 바꿔놓아 지속적인 수출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물론 한국 고유의 입맛 문화를 세계에 널리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식품 수출의 대명사로는 동양제과의 초코파이와 롯데 껌 그리고 농심 신라면 등을 꼽을 수 있다.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는 러시아와 중국시장에서 이미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국제 공항에는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초코파이가 이들에게 친숙해져 있다는 증거이다.
초코파이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동남아 국가에서 「리츠 크래커」나 「스니커즈」등과 어깨를 겨룰만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러시아에서는 터키산 유사품이 등장했으며 베트남의 지방에서도 저질 가짜 초코파이가 기승을 부려 동양제과는 이들 유사품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농심 신라면도 미국시장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홍콩 등에서 국내 판매 가격 보다 높은 값으로 팔리면서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신라면도 홍콩에서 큰 인기를 누리자 현지 모조품이 등장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농심은 이들지역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남미시장 개척에도 나서고 있다.
「파스타」라는 고유의 입맛에 길들여진 이들 시장 속에서 우리의 라면이 서서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5년 75만달러에 불과하던 농심의 남미지역 라면 수출이 지난해에는 550만달러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1200만달러에 달할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대표적인 수출 식품이외에도 소리없이 세계 시장을 파고드는 우리의 식품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외국 식품이라고 알고 있는 커피도 사실은 우리 식품을 대표하는 수출 상품이다.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이제는 기술 수출에도 나설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동서식품이 지난해 2,700만달러(약 400억원)의 커피 수출 실적을 올렸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특히 동서식품의 커피수출은 커피의 본고장인 유럽지역을 위주로 이뤄진 것이어서 우리의 인스탄트커피 제조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커피의 원료는 수입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오히려 수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자체 개발한 「향 회수 공법」을 독일의 커피제조 회사에 수출, 우리의 커피 제조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인스턴트 커피제조과정에서 커피고유의 향이 달아나지 않도록 잡아 두는 이 제조 공법은 동서식품 만이 같고 있는 세계적인 기술이다.
커피는 달러를 낭비하는 제품이 아니라 이제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우리의 주력 상품으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해 가고 있다.
롯데 껌도 지난해 세계 85개국에 6,000만달러치가 팔려나갔다.
중국에서는 리글리사등 외국 대형업체들을 누르고 현지 껌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눈부신 성장을 했다.
지난 8월말 현지 공장을 준공한 베트남에서도 한달만에 35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롯데 껌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한달간 현금 회수율이 무려 98%에 달했다. 현금을 들고 오지 않으면 제품을 살수 없다는 얘기다. 롯데제과는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베트남에서 중국에서 처럼 현지 시장 석권이 은 기간 안에 이뤄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의 메론맛 빙과류는 지난해부터 하와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와이 현지에서만 한달에 50만개에서 80만개씩 팔려나가며 현지 언론에 의해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진로소주도 외국인들이 입맛 잡기에 나서 세계인을 겨냥한 본격적인 수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 이어 미국·남미지욕 등으로 수출선이 늘어나고 있는 중.
삼립 식품의 「호빵」은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시켜가고 있으며 매일유업의 분유는 중동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호빵은 우리 입맛에나 맞는 제품이라는 편견과 분유는 세게적인 다국적업체들의 아성을 뚫기 힘들다는 생각들을 무너뜨리는 의미있는 사례들이다.
이같은 우리 식품의 수출은 우리 입맛에 세계시장 전파라는 점에서 일반 제품의 수출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식품도 이제는 수출 상품으로서의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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