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강풍은`정크푸드`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패스트푸드 시장에 당장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야채라고는 오이피클 몇 조각, 양상추 한 장 정도 들어간 것이 고작인 햄버거와 감자튀김, 탄산음료 등 건강 식단과는 가장 거리가 먼 패스트푸드는 세계적인 웰빙 열풍으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업계 가운데 하나. 기름 냄새 가득한 기존 메뉴만으로는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발걸음을 멀리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을 되찾을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 하에, 각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저칼로리``저지방`등을 내세운 신메뉴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며 `건강 외식메뉴`대열 합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비난 여론에 맞서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바꿈하기 위해 과감한 `스타일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리아는 건강빵의 인기에 착안, 올 하반기 밀가루빵 대신 호밀빵으로 만든 `호밀빵 버거`를 출시했다. 통호밀은 일반 밀가루보다 식이섬유가 5배나 많이 함유됐다는 점을 내세워 섬유소 섭취가 부족하기 쉬운 패스트푸드의 단점 보완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장수 국가 핀란드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호밀빵 햄버거가 가장 인기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계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인 맥도널드의 경우 기존 햄버거보다 야채를 늘리고 육류의 기름기를 뺀 고가의 프리미엄 메뉴로 `웰빙`열풍이 몰고 온 타격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토마토와 양상치, 양파 등의 양을 늘리고 100% 순살코기임을 강조한 `맥휘스트`에 이어 최근에는 프리미엄 버거 2탄으로 건강에 좋다는 `화이트 미트(흰살 고기)`인 통닭다리 살로 만든 `상하이 스파이스 치킨버거`를 내놓았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인 KFC나 파파이스는 닭고기가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지방, 칼로리, 콜레스테롤 함유가 적다는 점으로 소비자들에게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KFC는 최근 `저칼로리 건강식`이라는 선전문구와 함께 닭가슴살과 치커리, 양상추 등야채를 빵에 말아 먹는 `고고 샌드위치`와 고구마 샐러드 등을 출시해 다이어트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 유치에 적극 나섰으며, 파파이스는 유지방을 뺀 우유와 허브로 맛을 더한 닭가슴살 `러브미 텐더`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제품 개발 업체들은 한결같이 “맛과 다이어트에 좋다”며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기존의 이미지 벗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농 야채와 야채 중심의 내용물, 집에서 만든 것과 `홈메이드 스타일`을 표방하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전문점도 속속 등장해 건강 붐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 들어 온 햄버거 전문점 `프레쉬니스버거`는 독특한 호박빵과 저농약 야채, 건강에 좋다는 일본 된장 등 색다른 재료를 사용한 햄버거로 `No 패스트푸드`선언을 하고 나섰다. 음료도 탄산음료보다는 허브티와 같은 카페식 웰빙 음료에 주력한 것이 특징. 햄버거 레스토랑 크라제버거도 토마토 등 주요 야채를 유기농으로 사용하고 즉석에서 구운 두툼한 고기로 `패스트(fast)`를 지양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부응하고 있다. 또 미국계 서브웨이를 비롯한 샌드위치 전문점들은 야채를 듬뿍 넣는 고단백ㆍ저지방ㆍ저칼로리 식단임을 내세운 `다이어트`마케팅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여성들의 입맛 잡기에 나서고 있다.
유기농 외식업체 어떤 곳이 있나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 한식전문 `한쿡` 등 인기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는 ㈜아모제가 운영하는 `마르쉐`가 지난 2000년 말부터 거의 모든 야채와 과일을 유기농 제품으로 사용해 유기농 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테이크아웃 전문으로 별도 운영하는 카페 아모제에서도 유기농산물로 만든 메뉴 30 여종이 판매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외식 복합매장인 베이커리 카페는 유기농 야채와 건강빵을 사용한 샌드위치와 샐러드 메뉴가 여성 고객들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 초 광화문에 1호점을 내며 국내 영업을 개시한 미국식 베이커리카페 `오봉뺑`은 샌드위치와 샐러드에 모두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슐라스키델리`는 갓 구운 효모빵과 국내에서 재배되는 신선한 유기농 야채, 기름기 없는 칠면조나 닭가슴살 등을 주로 사용한 건강 다이어트 메뉴로 인지도가 높다. 삼양사가 올림픽공원 부근에 1호점을 운영중인 `카페 믹스앤베이크` 역시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 건강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대치동에서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시장 선점에 나선 CJ푸드빌의 `한쿡`의 경우 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해 몸에 좋다는 우리나라 전통 먹거리를 선보이는 외식 브랜드. 밀가루와 고기 등 서양식 위주의 패밀리 레스토랑업계에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한식이라는 점과 건강에 좋다는 점을 내세워 차별화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이 열리면서 해외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유기농 아이스크림도 국내 시장에 상륙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스코틀랜드 유기농 아이스크림인 `매키스`는 일반 제품보다 비싼 2,000원대의 유기농 아이스크림과 유기농 커피 등을 내놓아 본격적인 웰빙 시대에 부응하고 있다.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적어도 3년 동안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등 영국에서 까다로운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와 어우러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들고 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