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의 절반 이상이 호주나 뉴질랜드 등지에서 수입한 쇠고기이다. 수입산 쇠고기 가격은 한우에 비해 3분의1 정도에 불과해 미국산 쇠고기가 가세하면 소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쇠고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우는 거세, 혈통 통일, 사료 개선 등 품질 고급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소는 거세할 경우 성질이 온순해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며 풍미가 뛰어나게 된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모든 소에 대해 이력추적제를 실시해 매장에서 구입한 쇠고기가 어느 농가에서 생산했는지, 어떤 유통 경로를 통해 소비자의 손에 이르렀는지 즉시 확인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비자가 맛ㆍ품질ㆍ가격이 제각각인 한우와 육우ㆍ수입산을 육안으로 구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둔갑 판매를 하거나 원산지 표시를 속이고 판매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소비자는 쇠고기 판매점이나 음식점을 불신해 한우 구입을 꺼리게 됐다.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쇠고기 판매점에 적용하던 원산지표시제를 확대해 올 1월부터 300㎡(90평) 이상 음식점의 구이용 쇠고기도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시행을 단속하고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고 음식점 참여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 제도는 그동안 왜곡됐던 쇠고기의 유통 질서를 바로 잡아 한우는 한우로 팔리고 수입산은 수입산으로 알고 먹을 수 있도록 유통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은 출발이다.
단속과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올바른 상도덕과 상거래 질서가 확립돼야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앞서야 한다. 또한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전체 음식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대형 음식점뿐 아니라 중소형 음식점까지 확대 시행해야만 실효성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각종 탕과 국에 넣는 쇠고기까지 확대 여부도 검토할 일이다. 농가가 애써 생산한 한우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믿고 사 먹을 수 있으며 음식점사업도 번창하기 위해서는 쇠고기 유통 경로가 보다 더 맑아져야 한다. 투명한 시장이 있어야만 한우가 수입 쇠고기와 정정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