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회복 '햇살' 보인다] 소비

소비 고소득층 편중 "시작에 불과'…카드사용 10.6% 늘어 2년만에 최대치<br>재건축 아파트 일주새 2,500만원 올라…설 연휴 낀 내달이 최대고비 될듯

백화점에도 봄날이 오는가. 백화점 정기세일 마지막 날인 23일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의류매장이 손님들로 붐벼 소비심리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 고객은 세일을 노리는 일시적 고객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호재기자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전망조사’에서는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 400만원 이상인 중상류층의 소비심리가 미세하나마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발표 직후 강남의 A백화점을 찾은 이종규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고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귀띔했고 이 소식은 간부회의를 통해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게 보고됐다. 이 같은 상황은 백화점의 1월 정기세일(7~22일) 매출현황에 그대로 담겼다. 외형상 전체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수도권 12개점의 세일 매출은 지난해보다 2.4% 감소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서울 지역 6개점 매출이 2.5%,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7개점 매출이 0.9%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세일이 설 대목과 겹쳐 식품 매출이 많았던 점을 감안, 식품을 제외하면 신장세로 돌아섰다. 식품 매출을 제외할 경우 롯데 9.7%, 현대 6%, 신세계 8.1%씩 각각 늘었다. 2년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상품권 매출도 지난해 12월 16%의 증가율로 돌아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마케팅팀의 남윤용 과장은 “지난해와 달리 무조건 싼 것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고품질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영업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구조조정’의 중심 축으로 자리했던 신용카드도 조금씩 ‘턴어라운드(기조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카드 소비(국내 신용판매 기준)는 44조8,65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0.6% 늘었다. 2002년 4ㆍ4분기의 45조8,25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 소비자들의 지갑 두께도 조금씩 두터워지는 조짐이다. 이 부총리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언급했다. 증시와 부동산값 등이 오르면서 소득증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올라가고 소비로 연결되는 흐름을 지적한 것. 규제완화 조치를 등에 업고 재건축아파트 시세는 개포ㆍ잠실 등을 중심으로 일주일새 최고 2,500만원 올랐다. 조만간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서 투기지역을 추가 해제할 것으로 보여 회복세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 상승을 이끌 요인들도 눈에 띈다. 4월 이후 20여종의 신차 출시가 기다리고 있고, 400만원대를 호가하는 디지털TV 가격은 올 중반 이후 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 소비회복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회복의 기운이 고소득층에 편중된 경향이 있고 불안한 기류도 곳곳 포진해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6개월 전과 비교해 ‘저축이 증가했다’고 답한 가구가 14%로 전달보다 1.2%포인트 오히려 높아졌다. 저축이 는다는 것은 미래가 불확실해 돈 쓰는 것을 주저한다는 얘기다. 재래시장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의 본격적인 터닝 포인트는 회복의 기류가 서민과 저소득층으로 확산되는 시점이 될 것”이라며 “설 연휴가 낀 오는 2월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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