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오승환(37)이 첫 한국 개인전 '유적(遺蹟)'을 팔판동 공근혜 갤러리에서 연다. 사진ㆍ설치미술ㆍ건축ㆍ디자인ㆍ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가 한국 관람객들을 위해 준비한 작품은 사진. 전시에는 작가가 15년간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촬영한 사진 20여점을 선보인다. 여느 사진 작품과 다른 점은 장지에 옻칠한 인화지를 사용한다는 것. 장지에 인화한 사진 작품은 많지만 그 위에 다시 옻칠을 한 종이를 사용하는 것은 그가 처음이다. 작품이 사색적이면서도 옛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인화지가 담고 있는 전통적인 아름다움 덕분. 작가는 대상의 특징을 살려내기 위해 작품 한 장을 인화하는 데 10시간 이상이 걸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사진이라기보다 오히려 그림을 보는 듯하다. 주제는 크게 두가지. 풍경과 정물을 촬영한 '구성'과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포착한 '인물'로 구분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이어 프랑스와 캐나다 등 해외 전시 일정도 잡혀있다. 프랑스 비평가 이자벨 앙부르제는 그의 작품에 대해 "전통적인 옻칠 장지가 전하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사진을 압도한다"며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개인의 삶이 오랜 세월을 지나 한점의 고귀한 유물로 다시 등장한 듯 하다"고 평가했다. 작품 에디션은 각 10개. 전시는 30일부터 6월16일까지. (02)738-7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