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결정판인 ‘8ㆍ31 대책’을 내놓은 지 1년2개월여 만에 부동산 관계부처 장관 및 책임자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에는 재정경제부ㆍ건설교통부ㆍ국세청은 물론 기획예산처ㆍ금융감독위원회ㆍ주택공사 등 부동산과 관련된 정부부처와 기관까지 대거 참석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부동산시장 상황을 의식한 듯 이번 회의에서는 난상토론이 이어졌고 결국 공급확대와 분양가 인하를 골간으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수요억제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던 정부의 기존 정책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특히 분양가 인하를 위해 수익자 부담이었던 기반시설 비용을 정부에서 내겠다는 방안까지 들고 나왔다. 지난 90년대 이후 대세였던 저밀도 개발에서 고밀도 개발로 돌아서고 공급을 늘리기 위해 주거환경 개선 차원에서 강화된 다세대ㆍ다가구 주차장 의무비율 완화 등도 거론했다. 이러한 것들은 5개 신도시 등 고밀도 개발이 이뤄졌던 80년대 말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다. 하지만 이번에 내놓은 대책과 더불어 현재 정부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조치들은 환경문제를 고려하지 않은데다 실효성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대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마땅히 쓸 수 있는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한다=택지개발지구의 용적률ㆍ건폐율 등 개발밀도 상향 조정을 통한 분양가 인하가 추진된다. 개발밀도를 올리면 이익이 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실제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경우 90년대 후반 들어 저밀도 개발이 대세다. 용적률을 보면 분당 등 1기 신도시는 184~225%였다. 그 이후 추진 중인 판교ㆍ화성ㆍ파주ㆍ김포 신도시의 경우 147~180% 등으로 뚝 떨어졌다. 통상 용적률을 10% 상향 조정할 경우 대략 3,000가구 안팎을 더 지을 수 있고 땅값을 줄일 수 있어 분양가를 어느 정도 낮추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한 고밀도 개발은 적잖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 역시 주택정책을 양(量)에서 질(質)로 전환한다고 공언했는데 정반대로 가는 셈이다. 아울러 택지개발 사업시 지가 상승에 따라 토지수용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용적률을 높여 중소형 아파트 분양가를 평당 800만원으로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기반시설부담금의 국가 부담에 대해서는 적절한 분담 방안을 강구한다고 했으나 수십년간 유지된 수익자부담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현재는 공공택지 지구 내외의 기반시설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입주자가 부담하고 있다. ◇공급확대 주력=용적률 상향 조정과 더불어 공급확대 대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다세대와 다가구ㆍ오피스텔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이의 일환으로 주차장 의무비율을 완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파주ㆍ검단 등 2기 신도시의 택지공급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택지개발 조성에 따른 집값 불안을 막기 위해 예정물량을 사전에 예고, 불안심리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주택금융 분야에서는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지도ㆍ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서민주택 금융이 위축되지 않도록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과 근로자ㆍ서민주택구입자금 대출 확대를 병행해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총량 규제 건도 간담회에서 논의됐으나 이번 간담회 최종안에는 빠졌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행한다, 안 한다를 현재 결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