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나라 빚은 늘고 세수는 줄고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경기침체로 세수는 줄어들고 있어 재정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말 국가채무 규모는 203조6,000억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총생산(GDP)의 26.1%에 이르는 규모이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말 60조원에 불과했던 국가채무가 7년새 3.38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 한 사람 당 국가채무 부담액도 지난해 말 345만원에서 421만으로 1년 동안 76만원이나 늘어났다. 이처럼 나라 빚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예산의 씀씀이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세입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이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세수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커져 국가채무 급증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의 경우 세금은 당초 목표보다 1조원 가량 덜 거둬질 것으로 전망돼 세수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5월 말 현재 국세징수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1.7% 감소했고 목표대비 세금징수실적도 지난해 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소득세와 부가세 등의 세수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는데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금이 덜 거둬질 경우 세출도 그만큼 줄이면 국가채무 증가는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부진으로 세금이 안 거둬질수록 정부의 씀씀이는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수전망이 불투명한데도 2차 추경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만큼 적자 국채발행이 늘어나 나라 빚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세율을 높이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담세율은 20%를 넘어서 선진국 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인 유럽국가들에 비해서는 낮지만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부담을 늘리는 경우 조세저항, 근로의욕저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가채무의 급증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정의 효율성제고를 통해 낭비 요인을 제거하는 한편 지하경제의 근절을 통해 세수기반을 넓히는 것이 급선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GDP에 대한 국가부채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8.2%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앞으로 복지확충ㆍ자주국방 등을 중심으로 재정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임에 비해 세수 증가율은 그 동안의 두자릿수에서 한자릿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경제는 재정건전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자칫하면 재정건전성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재정건전성은 한번 악화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 경험이 말해준다. 세수에 맞추어 씀씀이를 결정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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