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동시 해결겨냥 '다목적 카드'

부동산 대출서 규제개혁·금융선진화까지<br>■ 금감원 부원장에 라이백 HKMA수석부총재 영입 추진


금융감독원이 윌리엄 라이백 홍콩 금융감독국(HKMA) 수석 부총재를 영입하려는 것은 그가 금융시장에서 ‘거스 히딩크’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부동산 대출 문제에서부터 중ㆍ장기적으로는 금융제도 선진화, 규제개혁, 외국계 투자자의 신뢰회복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로 평가된다. 특히 외국인 금융전문가를 영입함으로써 ‘한국이 금융 선진화에 주력한다’는 이미지를 전세계 금융시장에 심어줄 수도 있다. 라이백은 은행감독과 국제 금융기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미국 시턴홀대학을 졸업한 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국제 금융기구에서 35년 동안 금융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지난 86년부터 HKMA로 자리를 옮기기 직전인 2003년 6월까지 FRB의 상임이사로서 은행감독을 책임졌다. 또 FRB의 기술 원조 프로그램을 관리했고 세계은행ㆍ바젤 은행감독위원회 집행이사 등 국제 금융기구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HKMA도 라이백을 영입함으로써 금융시장을 선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라이백이 2003년 9월 HKMA에 가세할 당시 홍콩은 은행권의 과도한 부동산 담보 대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은행들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예상 아래 담보가치 이상의 대출을 제공하는 ‘마이너스 대출’에 매달렸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금융권이 연쇄 부도 도미노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라이백은 수석 부총재로 취임하자마자 모든 종류의 마이너스 대출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은행의 거센 반발에도 그는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3년 만에 마이너스 대출 건수가 12만건에서 1만건 이하로 감소했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크게 늘어 금융부실을 우려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의 이승희 의원은 이미 지난해부터 라이백 영입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 의원은 지난해 ‘중국 대장정’을 하다가 라이백 부총재를 만난 후 지속적인 교류를 가져왔다. 이승희 의원실의 허종미 보좌관은 “이 의원 본인이 라이백 영입을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면서 “중국 대장정 이후 라이백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는 “라이백을 영입, ‘히딩크 효과’ 이상의 결과를 얻어내려면 그에 걸맞은 위상과 역할을 맡겨야 한다”며 “라이백이 한국에서 최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