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서울로 몰려오는 華商

홍기화 KOTRA 사장

전세계 중국계 기업인들의 ‘경제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화상대회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8회째를 맞이하는 올해 화상대회는 몇 가지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지난 2003년까지 화상들의 주요 활동무대에서 개최돼온 대회를 일본ㆍ마카오ㆍ영국과 치열한 경합 끝에 서울에 유치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개최규모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중국과 동남아는 물론 구미 지역에서 2,500여명의 화상들이 방한하는데 이는 역대대회 중 지난 2001년 중국 난징에서 열린 제5차 대회를 제외하면 사상 최대 규모다. 한마디로 ‘차이나타운 없는 나라’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강력한 내적 네트워크(inner network)로 무장한 화상이 세계적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된 것은 유태인과 어깨를 견주는 막강한 경제력 때문이다. 현금성 유동자산만 2조~3조달러에 달하는 자금동원능력으로 국제금융권에서는 화상 자본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실체로 평가할 정도다. 동남아에서는 6%의 인구가 지역경제의 70%를 주무른다.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각별하다. 중국과 홍콩ㆍ대만ㆍ아세안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0%와 해외투자 총액의 50% 이상이 화상 경제권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한국과 화상의 관계가 결코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화상 내지 화교들은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간주돼 차별대우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구조적으로는 한국의 산업과 경제가 제조업 중심인 데 반해 화상들은 부동산ㆍ금융 등 서비스업과 사회간접자본에 관심이 있어 협력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 기업 중에는 화상 최대 재벌인 리카싱(李嘉誠) 회장의 청쿵그룹과 협력해 중국 게임콘텐츠시장에 진출하고 싱가포르 화상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동남아 자동차부품시장에 진출한 경우도 있지만 몇몇 상징적 사례를 제외하면 화상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러한 점에서 제8차 세계화상대회는 개방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고 나아가 한ㆍ화상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이정표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KOTRA도 실질적인 수출과 투자상담ㆍ기술협력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화상 150개사와 우리 기업 600개사가 참가하는 1대1 비즈니스 미팅을 두 차례 마련했고 한국투자환경설명회도 예정돼 있다. 한국과 화상의 벤처캐피털이 한자리에 모이는 아시아 벤처기업 콘퍼런스와 양측 대표기업 CEO들이 협력과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는 한ㆍ화상 리딩 CEO 포럼도 개최한다. 우리는 화상대회를 그들만의 경제 올림픽에서 한ㆍ화상간 비즈니스의 장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첫째, 화상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화상은 이윤이 나는 곳이면 투자를 주저하지 않지만 먼저 사람을 믿어야 사업을 할 만큼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시한다. 중국 최대의 부호로 꼽히는 룽즈젠(榮智健) 시틱퍼시픽(中信泰富ㆍCITIC Pacific) 회장이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는 인적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고 말한 것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둘째, 실현 가능하고 윈윈 할 수 있는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무역 분야에서는 우리 기업의 기술력과 상품을 화상의 유통망과 인적 네트워크와 결합해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편 상호 교역전문 네트워크를 연계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투자는 정보통신산업과 서비스업ㆍ사회간접자본 부문의 중국시장 공동진출이 유망하며 부동산과 물류ㆍ금융업은 대한 투자유치 확대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셋째, 화상과의 네트워크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경제의 지역 블록화가 심화되면서 FTA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FTA 추진 성과는 미흡하다. 앞으로 한국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화상들은 비공식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다른 모든 지역을 제쳐두고 아세안과의 FTA를 우선 체결한 것도 화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넷째, 지속 가능한 협력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단순히 무역과 투자 확대만을 외치던 시대는 지났다. 경제 교류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한국 기업과 화상이 윈윈 할 수 있는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발굴,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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