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음주 강요 3,000만원 배상하라"

부하직원에게 못 마시는 술을 억지로 마시게 하고 이유 없는 회식자리로 자주 새벽에 귀가하게 했으며 불쾌감을 주는 신체접촉을 일삼았던 상사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2004년 한 유명 게임 제작업체에 입사면접을 보러간 J(여)씨는 평소 주량이 맥주 두 잔으로 술을 못 마시지만 관례상 `술면접'을 치러야 한다는 간부들의 말에 따라 면접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 했다. 출근 첫날 회식에서는 부서장인 최모씨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흑기사를 하는 남자 직원과 키스를 시키겠다”고 해 억지로 술을 마셨다. 이 같은 술자리는 J씨가 입사한 이후 주2회 이상 별 안건도 없이 회의 명목으로 계속됐고 J씨와 직원들은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셔야 했다. 회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기피 부서에 보낼 것 같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참다 못한 J씨는 입사 두 달만에 사표를 내면서 회사측에 최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최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26부(강영호 부장판사)는 J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700만원의 지급을 판결한 1심을 깨고 “최씨는 원고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체질ㆍ종교ㆍ개인 사정 때문에 술을 전혀 못하거나 조금밖에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회사원은 근로관계 법 등에서 정한 근무시간 이외에는 여가를 자유롭게 사용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데도 작은 회식으로 늦은 귀가를 강요해 이 같은 권리를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씨는 2004년 6월 회사로부터 징계면직됐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고소돼 2005년 6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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