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제수지 다시 '후진국형'으로 가나

경상적자 우려속 자본수지도 적자 반전<br>경상수지, 상품외 나머지부문 적자전망 우세<br>해외투자 활성화로 자본수지는 적자 확실시<br>'쌍둥이적자' 현실화땐 대규모 자본유출 우려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자본수지도 적자로 반전해 전형적인 후진국형인 ‘국제수지의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일이 그렇게 꼬이게 되면 자본의 대규모 유출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자본수지 적자 전환 확실시=재정경제부는 올해 자본수지가 균형을 이루거나 소폭이나마 적자를 기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역외펀드 제외), 투자목적의 해외부동산 규모 300만달러 확대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투자목적의 해외 달러 유출이 많을수록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많아 자연스럽게 자본수지의 적자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환율 안정(원화 약세)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제수지의 쌍둥이 흑자 탓에 원화 강세라는 달갑지 않은 상황에 시달려왔다. 재경부의 분석대로 올해 우리나라의 자본수지는 적자가 될 가능성은 높다.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을 만들기에 앞서 모의 계산을 해본 결과 보수적으로도 연간 100억~150억달러의 자본수지 순유출 효과가 발생했다. 지난해 자본수지가 150억달러가량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 말에는 자본수지는 소폭이나마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자본수지 중 기타투자수지를 제외할 경우 자본수지는 사실상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1월까지 직접투자수지는 41억달러, 증권투자수지는 21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국내 금융기관의 차입이 395억달러가 순유입되면서 기타투자수지는 414억달러 흑자를 기록, 자본수지 전체로는 131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이런 현실을 인식, 한국은행도 “순수 자본거래만을 볼 때 지난해에는 순유출이 더 많았다”며 2007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자 순유출이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의 차입만 줄어도 자연스럽게 자본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 거의 없었던 2005년에는 11월까지 기타투자수지는 67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자본수지는 41억달러 흑자에 불과했다. ◇국제수지, 후진국형으로 전환될 수도=문제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다. 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 자본수지 적자라는 선진국형 국제수지 구조를 이뤄내 환율 안정을 꾀한다는 것이었지만 엉뚱하게도 두 가지 모두 적자를 나타내는 후진국형 구조로 뒤집어질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후진국형 구조는 외국계 투자자금은 물론 국내 자금도 해외로 이탈돼 자본수지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상수지도 마찬가지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구조를 말한다. 정도는 약하지만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 한국 경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도 상품수지만 27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을 뿐 ▦서비스수지 168억달러 적자 ▦소득수지 8억달러 적자 ▦경상이전수지 36억달러 적자 등 경상수지 구성항목 4개 중 3개 부문이 적자다. 더구나 믿었던 상품수지의 흑자폭도 2004년을 정점으로 매년 줄고 있다. 반면 서비스수지 적자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 지난해 11월까지의 적자폭은 2004년 적자(80억달러)보다 2배가 늘었다. 또 소득수지의 흑자도 투자기간을 고려할 때 아직 걸음마를 떼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때문인지 올해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수지가 지난해에 이어 균형상태를 보이거나 간신히 적자를 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민간연구소는 좀더 부정적이다. LG경제연구원이 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을 뿐 삼성경제연구소와 금융연구원은 45억달러의 적자를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억달러, 국책연구소인 KDI는 1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외투자 부문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규제가 완화된 가운데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악화되면 자본이 급격히 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국제수지=한 나라가 일정 기간 동안 국제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와 지급한 외화 차액으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경상수지는 수출입 등 대외거래 상태를 의미하는 지표. 무역수지(상품), 무역 외 수지(서비스), 이전수지 등이며 자본수지는 경상거래가 아닌 유가증권의 매매 등 자본거래에 의해 발생하는 수지. 직접투자ㆍ증권투자ㆍ기타투자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경상 흑자·자본수지 적자'가 가장 안정적인 국제수지 구조 크게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 구성되는 국제수지의 패턴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ㆍ적자, 그리고 자본수지 흑자ㆍ적자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A형ㆍB형ㆍC형ㆍD형으로 나뉜다. A유형은 '경상수지 흑자, 자본수지 적자'의 구조다. 흔히 수출도 잘되고 해외 금융시장 진출이 많은 선진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구조다. 일본ㆍ스위스ㆍ스웨덴ㆍ독일ㆍ네덜란드ㆍ캐나다ㆍ덴마크ㆍ싱가포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경부는 "경상수지 흑자, 자본수지 적자는 가장 안정적인 국제수지 구조로 소득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선진국에 많이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B유형은 경상수지 적자, 자본수지 흑자의 구조다. 미국ㆍ호주ㆍ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베트남ㆍ콜롬비아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ㆍ영국의 경우 비록 경상수지 적자, 자본수지 흑자인 경우지만 소득수지가 흑자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적자폭을 메워주고 있다. C유형은 이른바 쌍둥이 흑자다. 중국ㆍ한국ㆍ리비아ㆍ오만ㆍ예멘 등이 보이고 있는 구조다. C유형은 다소 불안정한 구조로 상품수지의 기조적인 흑자는 유지되고 있지만 서비스수지의 적자폭 확대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기조 유지가 위태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D구조는 쌍둥이 적자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브라질ㆍ몽골ㆍ파키스탄ㆍ아이슬란드가 여기에 속한다. 경상수지도 적자고 자본수지도 적자인 곳으로 해외자본의 유출은 물론 국내자금의 유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쌍둥이 적자 구조를 가장 후진적인 구조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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