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월드컵과 우리 정치

한국 국가대표팀이 13일 독일월드컵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자 그야말로 4,800만 모든 국민이 ‘붉은 악마’가 돼 잠 못 드는 흥분된 밤을 보냈다. 지난 54년 월드컵 첫 진출 이후 해외 원정경기 첫 승리라는 뜻 깊은 결과였다. 스포츠의 본령은 페어플레이와 결과에 대한 승복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고 결과에 따라 이긴 측에서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진 측에서는 패배를 수용하고 결점을 보완해 다음을 대비한다. 그래서 스포츠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이처럼 단순하면서 명쾌한 논리 때문에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 경기에 우리들은 열광한다. 5ㆍ31 지방선거는 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로 결론이 났다. 선거 패배 이후 여당 내 일각에서는 패배 원인으로 참여정부의 정책 실패, 특히 부동산정책을 지목했다.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정부의 부동산정책 일부를 수정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재야파 등 당내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책 수정 여부를 놓고 노선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여기다 청와대와 정부까지 가세하면서 당ㆍ정ㆍ청간의 혼선은 더욱 확대되는 듯하다. 선거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도 해석이 구구하다. ‘수정 불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 정책 실패보다는 치솟는 집값, 땅값을 못 잡은 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인기가 없더라도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만 목표인 부동산 가격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부분 수정’을 주장하는 쪽은 골간은 유지하더라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는 부분 등은 미비점을 보완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본말이 전도된 듯하다. 패배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 일의 순서인데 이번 논란은 오히려 잠복하고 있던 당내 계파간과 당ㆍ정ㆍ청 사이의 입장 차만 지나치게 노출시켰다. 5ㆍ31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분명히 현 정부의 정책 전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이었다. 정치에서 선거는 스포츠 경기와 마찬가지다. 평소 소신대로 정책을 운영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정당은 또 이런 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수용해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거나 보완해가면서 다음 선거에 대비한다. 부동산에 대한 당정간의 논란이 거듭되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정책의 향방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정치권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가장 나쁜 정책은 불확실한 정책이다. 정부 여당은 이번 기회에 그야말로 ‘계급장을 떼고 한판 붙는’ 심정으로 현재의 정책 기조를 원점에서부터 철저히 재검토해봐야 한다. 민주사회에서는 정책의 일관성 못지않게 정치ㆍ통치 행위의 밑바탕에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고 다음 경기(내년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살아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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