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베트남 진출기업 "울고 싶어라"

인플레 압력에 인력난·임금인상 요구 시위까지 확산<br>경영환경 악화로 기업들 투자계획 '주춤'


중국에 이어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 ‘0순위’로 떠오르던 베트남이 심각한 인플레이션 압력에 인력난까지 겹쳐져 현지 진출기업들의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현지 근로자들은 그동안의 온건한 자세와 달리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실력 행사’를 선택, 투자대상으로서 베트남의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이다. 31일 코트라 등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 법인 현대비나신의 베트남 근로자 400여명이 지난 30일 임금인상안 확정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측은 이와 관련 “3,800명의 근로자 중 일부가 인상하기로 한 임금을 구정 연휴 전에 지급하라며 시위를 벌였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위는 현지 고위관리와 경찰의 출동으로 해산됐다. 현지 관계자들은 하지만 “현대비나신 같은 대규모 사업장에서 이 같은 시위가 벌어진 것은 현지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말 전년 동기대비 12.6%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였던 베트남은 이번 1월에는 구정 등에 영향을 받아 14.1%의 훨씬 높은 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또 1월 한달간의 물가도 작년 12월말 대비 2.4%의 폭등세를 보였다. 안유석 코트라 베트남 무역관 과장은 “올초 단행된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율에 못 미치면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며 “게다가 최근 구정 연휴까지 겹치면서 임금인상과 관련된 크고 작은 시위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뿐 아니라 외국자본 유입에 따른 인력난까지 겹쳐져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구조화되는 모습”이라며 “근로자를 500명 이상 고용하는 봉제공장 등 노동집약적 기업의 경우 베트남에서의 경영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트남 노동시장의 이 같은 정세는 국내 기업들의 향후 진출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베트남에 선박건조 공장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포스코는 일관제철사업 타당성 검토의 막바지 작업을 하는 중이다. 김희중 코트라 아대양주팀 차장은 “베트남은 정부 당국이 경제성장을 위해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 곳”이라며 “다만 최근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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