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수십 곳의 피감기관을 감사하려다 보니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다.”
“수백조에 이르는 국가예산을 다루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해 연말 정기국회가 한창이던 때 여야 국회의원 대부분이 한 말이다. 따라서 “상시국감을 해야 한다”든지 “예산안 심의ㆍ조정 시간을 늘려야 한다”며 여러 방안의 아이디어가 속출했었다. 핵심은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9월1일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여야는 이날 오후2시 본회의를 열고 정기국회 본 일정에 돌입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국회운영에 이르기까지에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이번 국회는 공식일정 외에 각종 법안 처리, 선거구제와 행정제도 개편에 이은 개헌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아직까지 그 어떤 일정에 관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4일부터 이틀간 의원 연찬회를 갖고 정기국회 전략을 논의한다. 민주당도 3일 워크숍 일정을 잡아놨다. 결국 여야가 워크숍 전에 실무급 협의를 가진다 해도 적어도 주말은 지나야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것도 여야 협의가 순탄하게 이뤄졌을 경우에 한해서다. 만약 이마저 난항을 겪는다면 앞으로 한두 주 정도는 더 지체될 수 있다. 즉 이대로라면 올해 정기국회는 최소 일주일에서 수 주일의 시간 동안 아무런 활동 없이 보내야 한다. 물론 정당의 정치활동이 수학적으로 딱 떨어질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줄줄이 이어질 일정 협의만이라도 여야가 미리 진행했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하던 국회의원들에게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그냥 보내도 되는 시간인지 묻고 싶다.
특히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2일이다. 그러나 국회가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이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002년 단 한 번뿐이다. 정치권이 매년 신경전만 벌이다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심의가 늦어져 법정 처리시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매년 ‘위헌’을 저지르고 있는 국회가 주어진 법과 제도 속에서 최선을 다해 일정을 소화한 뒤에 하소연이라도 하면 조금은 이해가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