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ㆍ가스 등 에너지자원 확보를 두고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북아 3국간에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러시아 시베리아 유전과 가스전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오기 위해 치열하게 각축하고 있다. 또 한국ㆍ중국ㆍ일본은 연해의 자원개발을 두고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자원을 시베리아 개발과 연계시키려는 러시아의 전략이 맞물리면서 동북아 에너지 전쟁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한국은 러시아ㆍ중국ㆍ몽골ㆍ북한ㆍ일본 등 동북아 6개국 모두가 참여하는 다자간 동북아 에너지협의체를 구성해 활로를 타개하려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에너지 확보전쟁은 동시베리아 송유관 노선을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잠정 합의된 앙가르스크-다칭(大慶) 노선이 일본의 참여로 사실상 폐기됐다.
뒤늦게 뛰어든 일본이 건설비 50억달러 융자와 유전개발 참여를 앞세워 송유관 노선을 가로챈 결과다. 앙가르스크 북서쪽 타이셰트에서 나홋카까지 기본 노선을 건설하고 중간에 다칭으로 가는 지선을 내는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다.
유전뿐만 아니다.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가스관 노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도 중국과 일본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송유관과 마찬가지로 이르쿠츠크-다칭 노선이 거의 확정적이었으나 중간에 일본이 끼여들면서 나홋카 노선과 경합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최종 노선선택이 미뤄지고 있다.
동북아시아 에너지 전쟁은 바다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최근 두 나라의 동중국해 경계 해역 부근에 있는 춘샤오(春曉) 가스전에 채굴시설 설치를 시작하고 내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중국이 천연가스 자원을 싹쓸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진 일본은 생산된 가스의 분배를 제안했지만 일축당했다.
한국에서 지질조사를 시작한 군산 앞바다 황해 대륙붕에 대해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 해상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은 러시아ㆍ중국ㆍ몽골ㆍ북한ㆍ일본 등 동북아 6개국이 한자리에 모여 에너지자원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러시아 등과의 양자협의를 우선하려고 하는 중국과 일본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동북아센터장은 “중국과 일본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배타적인 에너지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는 만큼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실현 가능성이 당장은 낮다”며 “하지만 우리의 입지확보뿐만 아니라 각국의 소모적인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동반자 관계 구축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