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흑도 희망이 있다

제8보(120∼137)



이세돌은 침착하게 좌하귀를 백20으로 지켰다. 중원의 흑은 도처에 약점이 있으므로 구태여 서둘러 응징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이다. 윤준상은 일단 흑21로 이어 수습을 모색했고 그제서야 이세돌은 백22로 끊었다. 공개해설장에서는 김성룡9단이 이 진행을 대형 자석판 위에 늘어놓으면서 열변을 토했다. "윤준상이 위기상황입니다. 마왕이라는 새 별명이 생긴 이세돌의 괴력 앞에 다소 힘겨워 하는 인상입니다. 백이 좌하귀부터 지킨 것은 현명한 판단입니다. 중원의 흑진을 거덜내려고 서두를 필요가 없는 장면입니다." 다소 거친 표현이지만 김성룡의 해설은 언제나 청중을 사로잡는다. '거덜내려고' 서두른다면 참고도1의 백1로 끊는 수순인데 백이 3으로 따내고 나면 좌변 일대에 35집 정도의 웅대한 확정지가 생긴다. 하지만 흑도 4로 튼튼하게 잇게 되어 하변에 거대한 진영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코스는 흑이 원하는 바이다. "흑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만신창이가 되긴 했지만 그것이 절호의 팻감 구실을 하기 때문이지요."(김성룡) 흑23, 25로 큰 패가 벌어졌고 흑27이 득의의 팻감이 되었다. 백이 이 팻감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패는 흑이 이길 것입니다."(김승준9단) 김승준은 참고도2의 백1로 굴복하는 것이 필연이라는 설명과 함께 백9까지의 가상도를 사이버오로의 생중계 사이트에 올렸다.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이세돌은 굴복하는 대신 백30, 32의 연타를 선택한 것이다.(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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