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飛行과 소년의 非行
이 희대의 지능형 도둑은 맨발로 다녔고 가는 곳마다 커다란 자기 발을 분필로 그려놓고 항상 경찰이나 연방수사대(FBI)보다 한발 앞서 수사망을 피해왔다. 나중에 견디다 못한 FBI가 1만달러 의 현상금을 내걸었으나 바하마에서 체포되기 전까지 캐나다의 밴쿠버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새치기로 들어가 올림픽 구경을 했고 끝나고 바로 훔친 차를 몰고 비행장으로 가 훔친 비행기로 미국의 아이다호주로 남향 비행을 해 불시착했고 거기서 또 훔친 비행기로 인디애나주 등지의 수사망을 무시하며 돈 한푼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남을 상해하거나 파렴치한 범죄는 전혀 저지르지 않았기에 그저 배가 고프고 보트나 비행기를 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사춘기 소년형 범죄로 보는 네티즌이 많은 것 같다.
비행기 조종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는데 어떻게 비행기를 다섯 번이나 훔쳐 이륙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있는 비행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보고 혼자서 배웠을 것이라는 항공계의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 조종교육을 받아본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비행장에 착륙하면 필경 경찰에 체포될 것이라는 공포감 때문인지 모든 비행기 절도는 제대로 이륙은 했지만 착륙은 들판에 불시착한 것으로 기록됐다.
1,000마일이 넘는 바하마섬까지의 비행은 경력이 상당한 베테랑 조종사들도 꺼리는 장거리 비행이고 또 해양성기류 때문에 특히 신경을 쓰고 날아야 한다. 비행경로를 전혀 교육 받지 않은 사람이 날았다면 그 사람은 천재이거나 아니면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천재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비행기를 조종하려면 물리학과 수학의 기본지식이 절대로 필요하지만 더불어 타고난 지능이 있어야 한다. 비행 생리학에서는 지식과 지능을 구분해서 연구하고 있다. 이 '맨발의 도둑'은 어릴 때부터 모진 홀어머니의 학대 속에서 자랐고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그의 학습과정이나 속도는 천재적이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는 보통사람들이 따를 수 없는 창의력을 쏟는 사람이다. 나이도 겨우 열아홉살밖에 안 되는데.
만일 이 맨발의 도둑이 '빌 게이츠'와 같이 좋은 가정에서 자랐다면 얼마나 크게 성공할 수 있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젊은 시절 샌프란시스코 거리를 노숙자로 떠돌면서 방황하던 '스티브 잡스' 역시 창의력에는 천재이고 아직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지 않은가.
창의력 높이는 교육환경 제공을
어릴 때부터 입시경쟁 속에서 틀에 박힌 교육이 체질이 된 일부 우리의 두뇌에 비하면 이 맨발의 도둑이야 말로 앞으로 좋은 환경만 제공 받는다면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미 많은 출판사와 영화사가 엄청난 금액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또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보수언론은 범죄는 범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법정의 검사 입장에서 이 기사를 취급하고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이론은 물론 타당하지만 가난이 싫어 소를 훔쳐 서울로 달아난 한 청년을 절도죄로 몰았다면 오늘날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