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동십자각/7월 26일] 펀드도 투명해지자

송영규 증권부 차장대우 “펀드는 고객이 투자한 돈이 어디에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 지 한 참 지나야, 그것도 지금이 아닌 과거의 것만을 알 뿐이잖아요. 자문형 랩은 지금 자기 재산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으니 신뢰할 수 있는 거죠” 서울 강남의 지점장과 프라이빗뱅커(PB) 들을 만나 투자자문사에 돈이 몰리는 이유를 물었을 때 공통적으로 돌아온 답변이었다. 최근 자금이 빠르게 펀드에서 자문사 연계형 랩어카운트(자산관리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돈을 많이 벌어주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사를 통해 얻는 수익률이 잘하는 곳은 30~60%까지 된다고 하니 요즘같이 투자할 곳이 없는 시대에 돈이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쏠림 현상은 펀드가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자문형 랩의 경우 고객이 자산을 맞기면 그것이 어디에 투자되고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 지 고객들에게 그때 그때 알려준다. 물론 현재 수익률이 어느 정도라는 것까지 포함해서다. 하지만 펀드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투자자가 돈을 맡기면 펀드운용보고서가 나와야 내 돈이 어디에 투자 됐는 지 알 수가 있다. 그것도 빨라야 한달 전이며 그나마 운용보고서에 나오는 편입 비중은 두 달 전의 것이다. 지금 내 돈이 어떻게 굴러가는 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돈이 펀드에서 나와 자문사로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수익률 좋고 투명하기까지 하니 고객의 입장에서는 ‘OK’ 소리를 절로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말까지 주식형 펀드에서는 6조5,000억원이 이탈한 반면, 자문사 연계형 랩으로는 2조2,000억원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 이탈 자금의 3분의 1이 자문형 랩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자산운용업계의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결 같이 투자자문사의 인기가 일시적이고 결국 펀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투자자문사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수료를 뺀 수익률이 펀드와 비슷하다면 과연 투자자들은 누구를 선택할까. 결국 지금의 문제는 수익률이 아닌 것 같다. 안심하고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곳, 문제가 생긴다면 어디서 생기는 지 아는 곳, 고객이 원하는 곳은 이런 곳이 아닌가 싶다. 펀드도 이제 운용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이렇게 된다면 펀드도 제2의 랩어카운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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