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27일] 막걸리와 한옥의 명품化

최근 우리 사회에 웰빙과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천연 재료를 사용하는 전통 상품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승 기법을 활용한 자연 발효 식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흙ㆍ나무 등을 활용한 공간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상품은 무엇일까. 필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막걸리'에 눈길을 보낸다. 애주가라서가 아니다. '막 거른 술', 막걸리의 진화가 너무 눈부시기 때문이다. 이삼년 전까지만 해도 막걸리는 값은 싸지만 다른 술에 비해 숙취의 괴로움이 큰데다 트림이 자주 나온다는 인식이 팽배해 저급주로 평가받았다. 결국 몇 개의 전통주를 제외하면 국민주인 소주ㆍ맥주에 비할 바가 못됐다. 하지만 현재 막걸리는 가히 열풍이다. 전통 방식대로 우리 쌀을 사용하고 여기에 인삼이나 과일 등으로 술을 빚는 노력이 더해지면서 명품 막걸리들이 잇따라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명품 막걸리의 등장으로 서민이 즐겨 찾는 술집은 물론이거니와 호텔과 고급 식당, 심지어 골프장에서도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젊은 층, 특히 여성들이 즐겨 찾는 럭셔리한 막걸리바도 성행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막걸리 판매량이 와인을 제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자연 발효주인 막걸리가 웰빙 욕구를 충족시키며 돌풍을 일으킨 것을 보면서 문득 한옥이 오버랩된다. 살기에 불편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집이라는 편견으로 푸대접받고 있는 한옥이야말로 '21세기 친환경 주거 공간'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흙ㆍ나무 등 자연 재료로 구성되는 한옥은 콘크리트 건물의 골칫거리인 새집 증후군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키는 건축 구조상의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전통 한옥의 이러한 장점들을 계승하면서 단열ㆍ동선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한옥 역시 막걸리에 버금가는 부활을 알릴 수 있다. 더욱이 포화상태의 아파트 공급으로 동맥경화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시장에서 한옥의 재발견은 새로운 녹색성장의 동력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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