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中企대출 '광풍'

주택담보대출의 열풍이 수그러들자 이번에는 중소기업대출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대출의 증가폭은 8조원에 육박하며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바닥을 기던 대기업 대출까지 2조원가량 늘어나며 지난달 기업대출은 10조원에 육박했다. M2(광의통화) 증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등 시중 유동성이 좀처럼 잡히지 않음에 따라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두달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나타냈다. ◇중소기업대출 ‘쏠림’=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지난달 7조9,371억원을 기록했다. 전달 6조7,412억원에서 2조2,000억원가량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또 한번 갈아치웠다. 그동안 대출창구를 찾지 않던 대기업대출도 크게 늘었다. 대기업대출은 지난 3월 5,968억원의 순감에서 지난달에는 1조9,265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액은 9조8,636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이처럼 기업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은행들이 한꺼번에 중소기업대출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한은은 “중소기업대출은 은행들의 대출확대 노력에다 기업의 세금납부 수요가 겹쳤기 때문”이라며 “대기업대출의 경우 기업 지분 인수자금, 분기 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분의 재취급,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은 3월 438억원, 지난달 209억원에 그쳤다. 올 들어 순증액이 1조3,000억원 정도에 그쳐 지난달 2조~4조원씩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사실상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기대출 부실위험 커져=금감원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3월 말 현재 1.3%로 지난해 동기보다 0.4%포인트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의 1.1%보다는 0.2%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경기가 침체하면 중기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강화를 지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또 사업자금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 구입 등에 대출자금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는지를 집중 점검해 유용 사례가 적발될 경우 대출금은 회수하고 은행 관련자들을 징계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앞서 각 은행에 1ㆍ4분기 중 5,000만원 이상 부동산을 담보로 한 사업자 대출 현황을 파악해 보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한은도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의 수익성 저하 등으로 위험 기업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현금흐름이 양호한 상태를 보여 단기적인 채무부담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업손실 발생 및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의 비중이 낮아지지 않고 시장금리도 상승하고 있어 고위험 기업의 채무상환 부담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동성 팽창 지속=이처럼 시중 유동성의 증가속도도 줄어들지 않으면서 10일 열리는 금통위와 이성태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당장의 유동성 조절 효과보다 경기회복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콜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는 유동성과 관련된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지급준비율 인상에도 유동성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데 대해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경고음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ㆍ4분기 11.5%를 보였던 M2 증가율이 4월에도 11% 중반대로 추정되는 등 시중 유동성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Lf(금융기관 유동성) 증가율도 3월(10.2%)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최근 발표된 L(광의유동성) 잔액 전년동월비 증가율은 12.3%로 2003년 2월 12.9% 증가 이후 4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