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문화를 팔아야 경쟁에서 이긴다

김대식<중앙대학교 부총장>

커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흔하고 오래된 기호품이다. 그런데 이 흔해빠진 커피에서 전 세계 커피점 문화를 일대 혁신한 기업이 스타벅스이다. ‘한잔의 이미지’를 판다는 목표로 일반 커피보다 배나 비싼 커피 가격에는 맛이나 향기 이외에 책을 보며 음악을 듣는 도회적인 우아함이라는 심리적 만족감이 포함돼 있다. 즉, 문화적 상징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가 비싼 커피 가격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국가ㆍ기업ㆍ개인의 경쟁력 원천이 물질적ㆍ기술적인 힘에서 점차 감성적ㆍ문화적인 힘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다. 상품에 포함된 문화를 판매함으로써 단골 고객을 확보하고 후발 업체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문화의 차별화 전략이 핵심이 되는 시대로 돌입한 것이다. 생산기술이 고도화되고 제품의 품질이나 원가 경쟁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상품자체의 속성만으로는 차별화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상품이나 서비스도 단순한 객관적 속성으로 인식하지 않고 문화와 융합된 문화융합상품, ‘컬덕(cult-ductㆍculture+product)’과 문화융합서비스, ‘컬비스(cult-viceㆍculture +service)’로 다양화돼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과거 한국의 수출품은 문화 이미지나 예술적 가치와는 거리가 먼 중저가 공산품 위주였다. 일부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이미지와 연결되는 특성을 제공해주지 못했다. 한류열풍이 중화권과 동아시아 전역에 일어나면서 삼성 애니콜, LG 휘센 에어컨 등이 고가의 명품으로 팔리는 문화 마케팅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에서 일어난 ‘욘사마’ 열풍은 한국의 문화 이미지를 다른 지역까지 확대 재생산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프랑스는 문화와 예술, 관광 등을 융합하는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세계 문화시장을 관리하는 문화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류의 열풍을 진정한 한국문화의 발전과 세계화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한류를 학문적이며 전문적인 입장에서 연구하고 전파하는 행정적ㆍ교육적 체계의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 교육연구에 앞선 대학들과 국가 문화정책간의 긴밀한 연계 체계가 강화돼야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88올림픽과 한일 월드컵의 성공으로 이룩한 국가적 이미지를 문화 마케팅으로 살려내지 못한 실패의 전철을 또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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