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궤도수정의 전말

제8보(83~100)


흑83은 이런 형태의 급소. 이세돌은 사석작전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작전은 멋들어지게 성공하게 된다. 우선 백84 이하 99를 눈으로 따라가면서 모든 수순의 필연성을 확인해 보기로 하자. 아마추어 유단자급의 독자라면 흑99까지의 결과는 흑이 매우 잘된 절충이라는 판단이 설 것이다. 백이 얻어낸 것은 5집 남짓인데 흑이 마련한 우상귀의 진영은 30집이 넘는다. 12집 정도는 원래 확보되어 있었으므로 새로 추가된 집만 헤아려도 18집이나 되는 것이다. 흑이 잘 돼도 너무 잘된 것 같다고 여겨진다면 그것은 아마추어 정상급의 감각일 것이다. 실제로 백의 수순에 약간의 착오가 있었다. 백94와 98로 두 번 손질하여 잡은 이 수순이 문제였다. “이 부분에서는 이창호사범의 망설임이 엿보입니다. 뭔가 뒷맛을 남겨 보려는 고수 특유의 안간힘이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그냥 무식하게 둔 것만도 못하게 되고 말았어요.”(조한승) 백94로는 참고도1의 백1로 그냥 잡았어야 했다. 흑은 2에서 8까지로 우상귀를 최대한 확보하겠지만 그래도 이 코스가 백의 입장에서는 최선이었다. 백94를 둘 때까지만 해도 이창호는 실전보의 백98로 따내지 않고 버티어 볼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버티는 길이 무리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궤도를 수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었다. 버틴다면 참고도2의 백1로 잇는 것이다. 그런데 이 코스는 흑8까지 된 다음에 백이 진퇴양난에 빠진다. 오른쪽을 살리면 흑A로 왼쪽 백대마가 절명이고 왼쪽을 살리자니 오른쪽이 빈사지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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